이 맛에 일한다

*블로그를 통한 홍보(?)는 자제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아서!

1.

오늘 예산의 한 농민이 본인이 수확한 사과 10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지난 추석에도 주변에 아무도 수확을 못 했는데 우리 미생물 덕분에 자긴 수확을 매우 잘 했다면서 선물을 보내주신 분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올 여름 지겹게 내린 비에 햇빛을 받지 못한 농작물 특히 과일류의 생육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고, (가을볕은 좋았음에도) 그 여파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본인은 작황이 매우 좋으니 우리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 10박스와 함께 들고 온 것은 매일매일 기록한 영농일지와 그를 토대로 손수 정리한 자료였다. 기왕 자랑하는 김에 그것도 한 번 옮겨보자.

2011년 사과 수확량

*남조류/참홍균 : 총 9회 사용 — 이건 우리 미생물

  1. 과수면적 : 2,200평
  2. 과수 주수 : 후지 290주
  3. 수확시기 : 2011. 10.31 ~ 11.3
  4. 수확량 (15kg 기준)
    크기 수량(Box) 가격(원)
    3다이 (30~39개 들이) 71 90,000 이상
    4다이 (40~49개 들이) 386 75,000
    5다이 (50~59개 들이) 259 60,000
    6다이 (60~69개 들이) 38 40,000
  5. 총 754박스 중 최상품(3,4다이) 456박스 (60% 이상)
  6. 크기에 비해 무게가 무거워 최상품 비율이 높음
  7. 2010년 최상품 수확량 30% 미만
  8. 올해 예상수확량이 600박스 정도 였는데 150박스 이상 추가 수확
  9. 2011년 이상 기후(장마)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확을 함
  10. 당도측정 (랜덤) 1)사과 A : 13.5브릭스 2)사과 B : 15브릭스 *탑프루트의 경우 14.5 브릭스
  11. 갈반병(잎이 떨어지는 증상)이 3회 이상 왔는대도, 좋은 빛깔의 사과를 수확할 수 있었음

꼼꼼하게 정리한 자료를 보며 사과를 먹는데 과연 달랐다. 칼이 잘 안들어갈 정도로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했다. 이는 저장성이 좋다는 의미. 사과 역시 후숙이 되어야 더 맛이 있는데 수확한지 1주일이 채 안 된 사과의 향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다들 작황이 어려울 때 수확량 많지, 과육상태 최상이지, 당연히 우리한테 고마워해야지.

2.

지난 10월 18일. 남쪽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주문이 늘다보니 방문해야 할 곳이 많기도 하고, 한 농가에서 고맙다며 돼지를 2마리 준다기에 평소 같은 당일치기가 아닌 1박2일 일정의 출장이었다. (도축할 시간이 필요)

기존농가에 들러 제품을 내리니 신이나 우리에게 자랑을 한다. 부실공사로 똥물이 흘렀는데 예전 같음 마을에 난리가 났을텐데 괜찮았다고. 이렇게 똥물을 바닥에 틀어도 냄새가 안난다고. 폐사도 줄고 돼지가 건강하게 정말 잘 큰다고. 가스가 없으니 시설 노후도 훨씬 덜하겠다고. 그 값만 해도 어디냐고.

음…과연 고마워할만하다. 돼지 2마리 선물해주는 것 쯤이야 당연한거지.

3.

헌데 당연한 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난 잘 알고 있다.

우리 미생물과 컨설팅 덕분에 한 달에 몇 천만원을 아끼게 되었음에도, 돼지가 다 죽어나가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겼음에도, 돌아서면 자기가 잘나서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분명 이것만 도와주면/해결해주면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간증하겠다던 사람들이었다.

우리 앞에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대는 그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난 그들에게 감사하다. 그들 덕분에 겸손을 배웠고, 그들을 도와준 이유가 간이라도 빼 줄 것 같던 그들의 절박함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란 사실을 상기시켜줬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 덕분에 고마움을 표하는 당연한 행위가 얼마나 어렵고 큰 실천인지 알았다.

어떤 이는 다른 말을 하고, 어떤 이는 모른척 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고마움을 갚을 길이 없음에 미안해하고, 어떤 이는 작지만 큰 선물을 보내온다.

트럭에 물건을 가득 싣고 하루 7~800km를 달리면서도 그래서 나는 즐겁다. 제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것보다, 그들의 웃음을, 신명을 보는 것이 더 기쁘다. 사과 한 알, 돼지 한 마리엔 그리고 빈손임을 미안해하는 모습엔 그들의 진심이, 웃음이, 신명이 담겨있다.

바로 이 맛에 오늘도 난 일을 한다.

“이 맛에 일한다”의 6개의 생각

  1. 인터넷에서 농업 쳐보다가 블로그 발견했는데 현수님 좀 멋있는것 같아요 꺄아. 여긴 방명록이 없어서 아쉽네요 >_<

    1. 와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 많지 않은대 감사합니다 ^^ 방명록은 없고요…대신 sandul88 이란 아이디로 트위터에서 놀고 있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뜨거웠던 한 해 차분히 잘 갈무리하시며 내년을 위한 에너지 충전하시는 12월 되시길~

  2. 참 이렇게 멋진 마인드의 현수님을 알게된게 뭔가 엄청뿌듯한 순간입니다..몇번의 메일과 포스팅에서 느낀거지만 정말 머리와가슴이 따뜻한분이신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오래된글이라 확인하실지는모르겠지만 저혼자 중얼중얼ㅋㅋ

    1. 아이쿠..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리플 달리면 메일로 날아오게 설정이 되어 있어 이런 민망하…지만 기분좋은 이야기를 다행히도 볼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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