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이벤트한다 :-D

* 굳이 이 맛에 일한다의 시리즈는 아니지만…

지난 12월 22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흉내를 내보려고 채소/고추장 나눠주기 이벤트를 했었다.

바보같이 아무 의미도 없이 나눠줄리는 없을테고, 공지 글에서 색이 들어간 글씨가 내가 의도하는 바였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현대인들이 완전히 잊어버린, 제대로 된 먹거리의 진짜 맛을 알려준다 -> 채소 나눠주기
  • 지금 먹고 있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알려드리고 싶은 것
  • 가능하면 시중의 일반 채소를 구입하셔서(유기농도 괜찮습니다) 같이 드시면서 맛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밥이나 고기를 쌈 싸먹기 전에 한 잎씩 드시면서 맛을 음미해보셔도 좋고, 시중의 채소와 함께 냉장고에 넣어두고 보관상태를 비교해보셔도 좋습니다. 겉절이를 해봐도 좋고요. 채소가 원래는 이런 것이다 알리는 것이 이 이벤트의 목적이니까요.

결국 시중의 그것과 비교를 해서 차이를 좀 느껴봐주셨으면 한다는 것. 그래야 현재의 먹거리가 얼마나 이상한지부터 시작해 농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실 이번 이벤트가 2차가 아니라 3차였다. 1차 때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대실패. 절치부심해서 간판을 새로 달고 다시 도전했는데 7명이 참여했다. 10명은 넘길 바랐으나 1차의 대실패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서 7분께 다 드렸다. 하지만 내 의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듯 대부분에게서 짧은 감사 멘션 밖에 받질 못했다. 그조차 없는 분도 있었고…Orz

그렇게 나눔에 회의가 들 때 쯤 고등학교 친구의 아내가 댓글을 달아줬다.

정말 비교해봤다는 것이 보이고 감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뿌듯했으나…역시 온라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는 사람에게 나눠줘야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러한 이유와 실제 비즈니스에 쓰는 분량이 많아 8개월 동안 이벤트를 하지 않았었다.

이번엔 RT와 참석율이 꽤 높아서 자그마치 72분이나 신청해주셨는데 그 중에 내 마음을 울리는 멘션이 있었다. 바로 이것.

 

자그마치 8개월 전의, 7명 밖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벤트를 기억하고 그 때도 참여를 망설이셨던 분. 짧은 멘션이지만 내게 수고를 너무 끼치지 않을까 하는 배려심과 간절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결국 이 분은 3명의 당첨자에 포함되지 않았고 다른 분께 선물은 전해졌다. 하지만 내내 마음에 걸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1차 때부터 참여를 ‘망설였던’ 분이 있다고. 그 말을 들으신 어머니 왈, 이번에 담은 김치까지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라고 하셨다.

그래서 DM으로 연락해 결국 지난 월요일 (겨울이라 채소 나오는 속도가 느리고, 연말에 선물할 데가 많아서) 자그마치 12kg나 되는 짐을 보냈다. 보낸다고 연락드렸을 때, 얼마나 고대하셨는지 당사자의 허락을 얻어 DM을 공개하자면,

예, 배송비 알려주시면 바로 송금할게요. 해외배송이 꽤 번거로운 일인데, 정말 어떻게 고맙다고 말씀드려야할지… 받기도 전에 마음이 마구 쿵쾅쿵쾅거리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sandul88님 실세계에서 모르는 분인데도 최근 제 꿈에 두 번 나오셨어요ㅋㅋ

꿈에까지 나왔단다. 실물 공개를 거의 한 적이 없는데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궁금하다 :)

한국시간으로 4일이 지난 13일. 아침에 눈을 뜨고 메일을 확인하는데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다는 연락이 왔다.

솔직히 말해, 빠른 댓글 혹은 멘션은 받고나서의 기쁜 마음에, 비교와 음미의 과정없이 단순히 감사의 표현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연하지만 탱탱했고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즙이 느껴졌‘다는 표현은 정말 제대로 음미를 했단 이야기다. 또한 ‘씹으면서 고소함이 끝맛으로 살짝 느껴졌‘다니!! 내가 우리 채소를 표현하는 그대로가 아닌가?!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상추가 쓰다고 생각하지만 특유의 향긋한 풍미와 함께 고소함이 살짝 쓴 맛과 어우러진다. 하지만 시중의 상추는 쓰기만 한데, 사실 우리는 찝찌름한 맛이라 표현하고 실제 상추의 쓴 맛과는 급이 다르다. 또 그 찝찌름한 맛은 화학비료 때문이고.

그리고 또 고추장에 대한 표현은 어떤가!!

정말 제대로 비교해보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게 글에서 느껴졌다. 또한 참여 멘션에서의 배려심이 또 느껴졌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은 김치를 보냈기에 그걸 다른 사람이 보고 내게 부담을 줄까봐 그에 대한 감사를 DM으로 따로 해주신것이다. 그 마음이 읽혀 따로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다가 문장이 감동적이라 또한 허락을 얻어 공개.

암튼 리플에 다 못한 이야기! 김치 이렇게 여러가지 듬뿍 보내주셔서 어떻게 감사드려야할 지.. 포장도 꼼꼼히 해주셔서 무사히 잘 받았어요. 통에 옮겨담으며 맛보면서 연신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이렇게 깊고 풍부한 맛을 오랜만에 느껴보는데, 김치 담아주신 분과 이 김치를 깊은 맛으로 숙성시킨 자연에게 무한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아..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런 마음을 받으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하루종일 덩실덩실했다. 어머니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줘서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하시는 통에, 게다가 2차 때 잘 받았다는 짧은 멘션만 떨렁 보내주신 분 때문에 의기가 소침해진 차에, 이벤트 꾸준히 하자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단비 같은 댓글이었다.

댓글 달아주신 다른 두 분께도 감사드리며 캡쳐! 특히 옆구리 찔러 받아낸 희경님께도 :)

상처(?) 받지 말고 꾸준히 하되, 좀 더 내 의도를 알아주시는 분들을 어찌 선별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겠다.

ps. baum님이 이 글을 읽으시고 멘션을 주셨다. 샤넬백에 이천원 들어있는 것 같다니..표현력이 대단하신 분이다 :)

“이 맛에 이벤트한다 :-D”의 2개의 생각

  1. 안녕하세요, @delidelic, 이지연 입니다.
    그저께 채소와 고추장을 받고?어제 많은 분들과 맛있게 먹었습니다 :^D
    덕분에 요리하는 데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었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식감이 탄력적이다, 잎이 두껍다, 쌉쌀한 맛이 강하다 등 채소에 대해 극찬의 극찬을 + _+
    그냥 고추장으로 먹었을 때는 낯설어 했지만 요리해 내 놓으니 다들 깔끔하고 개운하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역시 음식맛은 장맛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
    관련 포스팅 한 번 더 할 예정인데, 그전에 http://bit.ly/yNgzS0
    ?
    다들 너무 잘 먹었다고, 꼭 포스팅 하라고 하였습니다 :^)
    하하. 정말 고맙습니다.?
    ?
    – 이지연어 올림.

  2. 지난 달 선물받은 고추장, 있는 그대로의 개운한 맛이 마음에 쏙 들어서 야채 찍어먹고 쌈 싸먹으며 먹다가 오늘 고추장 찌개를 끓여보았는데 (순수하게 고추장 맛의 효과를 느껴보고 싶어서 된장 넣지 않고 고추장만으로) 은은한 맛이 좋아서 건더기보다 국물에 숟가락이 가더군요. 어릴 때 먹었던 바로 그 맛이었어요. ?한동안 그 맛을 잊고 살았는데 각인되어 있던 맛이라 그런지 그 기억이 부활했습니다.?그러다가 문득 집 고추장과 저렴한 공장제 시판 고추장의 차이에 대해 감이 왔는데요. 주관적이지만 비교하자면…

    1) 현수님네 고추장: 있는 그대로 야채 찍어 먹을?때 청량하고 상큼함. 개운하지만 지나치게 강하게 쏘는 느낌은 아님. 그런데 끓여서 고추장 찌개 만들면 개운한 맛이 누그러지면서 부드럽고?은은한 맛이 됨. 여러 맛이 조화롭게 섞여서 은은함 탄생.?

    2) 저렴한 공장제 시판 고추장: 톡 쏘는 첫 맛이 강함. 끓여도 톡 쏘는 맛이 제법 남아있음. 끓이면 뒷 맛으로 질척하게 입에 들러붙는 듯한 인공적 감칠 맛이 느껴짐. 이렇게 두가지 특색의 맛(톡쏘는 맛, 감칠 맛)이 강렬하니, 이를 “깔끔하게 정리된 맛”이라고 보고 선호하는 경우도 있을 듯.
    (물론 시판 고추장들도 여러 급이 있어서, 비싸고 한국산 고추가루 사용 비율이 높은 것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특징들이 잘 안 드러나더군요. 그리고?이게 미국에서 유통되는 것들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추장에 대한 감상이라 한국에서 유통되는 고추장의 특성과 다를 수도 있을듯요.)

    저 개인에게는 개운한 맛이 잦아들어 생긴 은은한 맛이 편안하고 그리운 맛이지만, 그 맛을 어릴 때 느껴보지 않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치가 높아진 경우, 끓인 집고추장의 부드럽고 은은한 맛을 어떻게 느낄 지… 강한 맛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헤헤, ?고추장 후기 요로콤 보내드립니다. 무형의 감동을 유형의 글로 옮기는 와중 유실된 부분도 많네요. 뭐여하튼 요약하면, 고추장 만만세!

    baum 드림
    ( @wieeinba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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