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빚, 말빛 그리고 흰 봉투

1.

“언제 한 번 밥이나 한 끼 먹자.” 누구나 쉽게 내뱉는 속박이 없는 약속.

나 역시 일을 하며, 좀 더 외향적인 사람이 되며 듣기 기분 좋은 말을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말은 뱉자마자 사라지는 게 아니라 뱉자마자 세상 어딘가의 녹음실에 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따로 없지만, 하느님은 부처님은 아님 온갖 종류의 신은 빅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출중할테니 다 분석하실 듯하니 말이다 :)

말빚… 아무리 무심코 뱉은 말이라도 실현이 안되면 빚이 된다.
말빛… 실현되고 가닿으면 공중에서 산화된 말은 너에게 나에게 빛이 된다.

 

함부로 말을 빚어내는 것이 싫다. 빚어내곤 실현이란 점 하나를 더 찍어 빛으로 만들자.

2.

친구랑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우편함을 열었다. 역시나 스팸메일 가득.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여타 광고 메일과는 달리 1)흰봉투에 아무런 글씨도 없고 2)봉해져 있더라. 단순 흰봉투에 광고물이 담겨 들어오는 경우는 있지만 봉해져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이건 봉해져 정보를 최소화시켰다.

최소화 된 정보가 오히려 관심을 산다. 다른 편지는 그냥 다 버렸지만, 관심이 봉투를 뜯게 만들었다. 물론 텅빈 내용이라 내용은 보지도 않고 바로 버렸지만.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신비로울 수록 타인의 관심을, 궁금증을 더 이끌어내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봉해진 흰색 봉투 -흥미 有, 내용 無- 만도 못하게 겉은 화려하게 프린팅되어 있지만 속은 텅 빈 사람이-흥미 無, 내용 無- 될 수도 있겠다.

나 자신에 대한 그런 불안감이 늘 있다. 현재 그러고 있다는 불길함이 또 있다.

“말빚, 말빛 그리고 흰 봉투”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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