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수리기1] 소비자원씨? 소비자의 알 권리는 B-612에 있는거죠?

Round 1. 뭐야 이 이상한 공식은? – 對 서비스센터

사건의 발단은 3월의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노트북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두둥(!)

행여나 작업하던 것을 날려버릴까 걱정하며 하드라도 무사하길 기원. 그날 바로 AS센터로 택배를 부쳤다. 다음날 바로(우리나라 택배 참 빠르기도 하지요) 연락이 와 하는 얘기가 “메인보드가 고장났습니다. 수리하려면(교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60만원이 드는데 어떻게 할까요?”란다. 잉? 뭐라고라? 60만원?!

때는 2009년 6월18일 L온라인 쇼핑에서 휴대성(1kg대)과 작업하기 좋은 화면크기(13인치)를 최우선으로 고른 결과 당시 따끈따끈하게 나왔던 msi의 x340을 120만원에 간택했다. 단 2달뒤 8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진건(게다가 배터리도 8셀로 늘어남!) 그래…난 쿨한 남자니깐 잊어준다. 그리고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하드가 갑자기 나간 것도 잊어주마….난 쿨한 A형 남자니까(…)

하지만 1년하고도 9개월이 지난 지금. 수리비가 60만원이라고라? 하드는 물어보니 살아있대서 수리 안할테니 보내라고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찾아보니….아 글쎄 새로 구매를 할 경우 57만원이다.(그새 더 떨어져 529,000원)

하드가 살아있다는 기쁨도 잠시(아이 간사해라). 수리비(실상은 교체비)>신품 구입비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허탈할 뿐이었다.

완전 자랑스럽다

Round 2. 최후통첩…깨끗한 패배, 아름다운 승복? – 對 사설수리업체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어이없음을 그냥 주절거릴 수 밖에. 하지만 한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바로 사설 수리업체.

즉시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 부산의 올수리(워낙 친절하게 잘 해줘 이름을 다 밝힘)란 업체와 통화연결. 상담하시는 분 왈 ‘노트북 메인보드 같은 경우 증세에 따라 좀 다르지만 보통 6만5천원에서 10만원에 수리한다’…라고 하신다. 10만원? 60만원 짜리가 10만원이라니! 얼른 부산으로 보내버렸다.

다음날. 올수리에서 전화가 온다.

올수리(이하 올) : 서비스 보증기간이 얼마간이죠?

나 : 업체에서 1년이라던데요?

올 : 이상하다…삼성이나 HP나 다른 곳에선 메인보드는 2~3년인데….알겠습니다. 다시 연락주겠습니다.

응?

얼마 뒤 다시 전화.

올 : 네. 업체에 다시 확인해보니 1년 맞네요. 아무튼 상태를 보니 어쩌저쩌해서 10만원 견적인데 수리 성공가능성이 30~40% 밖에 안됩니다.

나 : 헉! 그럼 10만원 주고 실패하면 땡이란 얘긴가요?

올 : 그게 아니고 수리 성공하면 10만원이고 실패하면 안 내셔도 되는거죠.

당연히 수리 부탁. 헌데 이상하다. 왜 딴 곳은 2~3년인데 왜 여기는 1년이지? 란 의문이 잠시 들 무렵, 수리가 불가하다는 최후통첩이 날라왔다. 아아…님은 갔습니다.

아아(…)

Round 3. 가가 가 아이가? (그놈이 그놈 아닌가?) 對 소비자 상담센터

하드도 건졌고 깨끗히 포기하자라 마음을 먹은 며칠 뒤. 대학동창과 오랜만의 만남에서 수리비>구입비의 이상한 공식을 말해주니 한 녀석이 말한다.

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메인보드 같은 주요부품은 보증기간이 3년일텐데?

맙소사 그런게 있단 말야? 집에 와 당장 ‘소비자보호법 주요부품‘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니 컴퓨터 주요부품(메인보드)의 보증기간이 원래는 3년에서 2년으로 준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민노씨님의 블로그에서?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이란 것을 건졌다. 사실 당시는 그것이 소비자 보호법의 일환인 줄 알고 있었는데(친구말도 있었고) 나중에 이 사소한 착각이 나의 분노를 폭발시킨 계기가 될 줄이야…

아무튼 이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서 핵심부품 항목을 보면(147쪽)

– 퍼스널컴퓨터 : Mother Board 품질보증기간 2년

요렇게 되어 있다. 아싸! 하는 순간 뭔가 찜찜한 기분이… 퍼스널 컴퓨터라면 노트북이 포함이 되는거야 아닌거야? 애매하다. 소비자상담원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참고로 이번에 알게된 관련 내용에 대해 정리를 하자면

1.흔히 알고 있는 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원으로 명칭이 바뀐지 오래. 헌데 소비자가 판매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임을 고려하면 ‘보호원’이란 명칭이 더 낫지 않을까?

2.워낙 문의가 많다보니 아웃소싱 형태로 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를 따로 둬서 고객 상담업무와 업체와의 중재업무를 분담&전담시키고 있음.

내가 필요한 것은 순전히 퍼스널컴퓨터에 노트북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 그것이 전부였다. 가진 것은 1372란 번호밖에 없어 전화. 목소리가 나이가 살짝 있으신 여자분이다. 여차저차 설명. 하지만 컴퓨터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이 수화기를 너머 팍팍 느껴진다. 게다가 바로 하는 이야기라곤 “업체마다 모델이 다르니…어쩌고…”라며 일단 업체편을 드는 뉘앙스를 풍긴다. 여기서 ‘아니 왜 명색이 <소비자원>이라면서 상황이해를 떠나 업체입장에서 말을 하나’ 싶어 살짝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내가 원하는 바를 이해시키니(라고 생각) 다시 연락주겠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이 왔다. 하는 얘기인즉슨,

msi코리아랑 직접 통화를 해봤는데, 업체 쪽에서도 규정이 애매하다는 건 인정을 하는데 자기네는 단지 유통판매사라 외국업체의 규정을 따른다고 하네요

응? HP나 Dell은 국내기업인가? 아니 그걸 떠나 외국기업이라도 현지법을 따라야 되는게 아닌가? 아니 그런데 유권해석을 부탁했는데 왜 업체에 연락해서 물어봤당가?

그래서 다시 이야기를 해줬다. ‘제가 원하는 건 업체와의 중재가 아니라 유권해석이랑께요’….그러더니 상담원이 하는 얘기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소비자원이랑 이야기를 해보라.’….이때까지도 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가 따로인지 몰랐다. 그래서 전화를 물었더니 모르시더라. 그럴수밖에. 홈페이지엔 대표전화가 1372 밖에 없는데! 결국 상담원도 알아내는데 한참 걸려 02-3460-3000이란 번호를 알려주었다.

가가 가가가? 가가 가가 아이가?

Round 4. 초식남 분노하다! – 對 소비자원

전화를 해 각 부서에 전화를 연결해주는 상담원한테 간략하게 얘기를 하니 관련부서로 연결해주겠단다. 기다렸더니 어떤 남자가 받는다. 헌데 목소리에서 처음부터 짜증이 섞여있다.

남 : 무슨 일이시죠?

나 : 소비자보호법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간략히 설명)

남 : 그런데 왜 이리로 전화하셨죠? 이런 상담은 상담센터로 하세요.

나 : (잉? 뭔 소리야?) 상담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이리저리되었었고 제가 원하는 건 소비자보호법에 대한 유권해석인데 그쪽에선 모른다고 이리로 연락하라 하더군요.

남 : 우리쪽 업무가 아닌데 일단 말씀하시니 죽 들었습니다. (들어주셨다는…거참 감사하게도-_-^) 헌데 그건 소비자보호법이 아니고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인데요?

여기서 30년 전통 순수 초식남인 나의(하지만 별명은 멧돼지) 분노가 폭발했다.

나 : 그게 뭔지 이름이 중요합니까? 그리고 거기가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곳 아닙니까? 그 쪽으로 왜 전화했냐구요? 제가 상담센터에 전화하니 유권해석 쪽은 잘 모른대서 이쪽으로 전화를 하라더군요. 여기도 전화를 해서 부서안내해주는 분한테 대충 설명을 하니 선생한테 전화를 연결해줬습니다. 전화받으신 분 부서랑 성함이 어떻게 되는데요?

남 : 피해구제국의 성낙x입니다.

나 : (아니 피해구제라면서?!) 그러면 그쪽 업무가 아니라니 무슨 소리입니까?

남 : 규정관련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만든거라…

도대체 뭐야 이거? 뭐이리 배배 꼬였어? 왜 다들 책임회피야? 그리고 왜 이따위로 불친절해?….라며 2박3일로 쏟아내려 했으나 긴 출장에 이은 스트레스와 피곤이 나의 입을 막아버렸다.

내 피곤과 허무가 당신의 하루를 살렸다(…)

Final(?) Round. 끝나지 않는 투쟁 – 對 공정거래위원회

다음날. 9시가 되자마자 공정위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전화받으신 여성분은 굉장히 친절했다. (역시 말귀는 어두웠지만…)

나 : (여차저차 사정 간략 설명)…해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대한 유권해석을 원합니다.

상담원(이하 상) : 그건 공정위에서 만든게 아니고 여러업체와 단체에서 서로 협의해 만든 겁니다.

나 : (아니 이건 또 무슨소리야? 그럼 왜 어제 그놈은 여기로 떠넘기는거냐고!)…네…그럼 어디로 알아보면 되는거죠?

상 :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정책건의 및 질의’란이 있는데 거기서 한 번 신청해보세요.

결국….또 공은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

일단 시키는대로 했다. 하지만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응답이 없다. 또한 소비자원의 공식 트윗 계정 @KCA_news에도 질의를 했는데 아무 응답이 없다.

이제 지쳤다(…)

Finale. 상처만 남은 전투

이런 지리한 과정을 겪을 이유도, 마음이 이렇게 지칠 이유도 내겐 없었다. 이미 고장난 시점에서 msi에 대한 신뢰가 0으로 수렴함과 동시에 as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퍼스널컴퓨터’에 노트북을 포함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라고 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길게 끌었던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이것이 화를 불렀다.

‘퍼스널컴퓨터’에 노트북을 포함시켜주는가 아닌가가 궁금했을 뿐

며칠에 걸쳐 단순한 것을(‘유권해석을 해달라’에서 ‘유권해석은 누가 하냐’로 바뀌었지만) 설명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였고, 갖은 면박 또한 맛있게 먹었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관이 취지와는 멀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았고 분노했으며, 결국엔 답을 못 얻었다. 이 무한 책임 떠넘기기는 누구한테 배운거냐?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고시는 공정거래위원회, 발행은 한국소비자원….해석은 누구 몫인가?

또한 판매업자조차 규정이 애매하다는 걸 인정하며 그 애매함을 – 왜 핵심부품엔 메인보드만 포함되나? HDD는 RAM은? 퍼스널컴퓨터에 노트북이 포함안된다면 따로 명시를 해줌이 옳지 않은가? 등등 허점이 많아 그걸 이용해먹기 좋다- 맘껏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은 덤. (소비자상담센터 상담원의 말)

그러니까 결론은….(이상하지만)

모르면 모른다고 해 쫌!

후기.

포스팅을 하고나니 소비자원 공식 트위터와 공정위에 넣은 질의에 응답이 왔다(만 하루가 지나서). 트위터로는 ‘퍼스널컴퓨터와 노트북pc는 별개’란 답. 완제품 따로 핵심부품 따로의 애매한 해석이긴 하지만… 어쨌건 이것만으로 진짜 감사하다ㅠㅠ 공정위에 민원넣은건 이제서야 접수되었다는 문자가 옴.

“[노트북수리기1] 소비자원씨? 소비자의 알 권리는 B-612에 있는거죠?”의 4개의 생각

  1. 대단하십니다. 저의 ,msi ge700 i3 모델이 동일증상입니다. 어느날 출근했더니 전원이 안들어오고, 센터에 보냈더니 점검비용 입금하라고 하고
    그후엔 메인보드 수리비 약 40만원 가량 나오고, 그래서 다시 돌려받고 사설업체에 맡겼더니 수리불가 판정떴네요…
    오늘 사설업체에서 다시 가져오는 길입니다. 열딱지 나고 화딱지 나는데 무상수리 정말 힘들까요?

    1. 마침 블로깅 중이라 신속한 답변을 드립니다^^;;
      실망스러운 대답을 드리게 되었지만 민사소송을 가지 않는 이상 아마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최종 유권해석 기관인 공정위에서 그렇게 답을 주더군요.?
      관련 내용은 연관된 글인, 노트북 수리기2, 노트북 수리기 마지막..에 있으나…읽으면 좌절감만 느낄지도 Otz
      희망적인 답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ㅠ

    2. 마침 블로깅 중이라 신속한 답변을 드립니다^^;;
      실망스러운 대답을 드리게 되었지만 민사소송을 가지 않는 이상 아마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최종 유권해석 기관인 공정위에서 그렇게 답을 주더군요.?
      관련 내용은 연관된 글인, 노트북 수리기2, 노트북 수리기 마지막..에 있으나…읽으면 좌절감만 느낄지도 Otz
      희망적인 답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ㅠ

      1. 3년 전 님이 겪으신 일을 2014년 11월 제가 똑같이 겪고있습니다. ASUS 측에서 공정위에서 말한 PC에는 lap top 포함이 아니기 때문에 메인보드 2년 품질보증기간 인정 못해주겠다고 합니다. 1년 4개월 전 90마원 주고 구입한 asus 노트북, 메인보드 교체비용 65만원 청구받고 속태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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