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 과학 따윈 쌈싸먹은 SF

결론부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뜬금없다‘이다. 황당한 설정, 조악한 전개, 뻔한 구도… 이 모든 것이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이 글도 쓸 가치조차 없는데 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본 뒤 ‘돈을 지불하고 똥을 먹었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재밌어서 두 번 이상 관람했다는 사람도 많아서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가득인 찰나, 트친분 중 재밌게 보신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께 불만을 터뜨린 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간략하게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1) 초등학교 과학경시대회 출신 주인공들

우선 가장 몰입을 방해했던 이유는 과학자들이 – 큰 돈이 들어간 프로젝트에 선발될 정도면 최고 수준의 과학자일 터 – 과학에서는 벗어난 행동을 마구마구마구마구마구 해대었기 때문이다.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는?이 글에서 정리가 잘 되었는데 꼭 읽어보시고… 영상미와 분위기에 우와~하면서 빠져드려고 할랑말랑 할 때 헬멧 벗어재끼는 장면부터 어이가 없어 영화에 몰입이 안되었다.

개인적으로는 SF는 가장 비과학적이면서도 과학적 디테일에는 가장 충실한 장르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기나 마술 같은 거짓/환상도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야 속아넘어갈 거 아닌가?

등장인물들의 열망만 가득한 비과학적인 모습은 초등학생의 그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릴 땐 순수지만 나이먹으면 순진이다.

2) 순진하기 그지없는 등장인물들

창조자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본인들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등장인물들의 순진함에 대해서도 전혀 공감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는 주인공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까지 그렇다.

디테일은 잊었지만 주인공의 ‘와~인류의 기원을 알 수 있어요, 멋지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쉽사리 공감하던 엑스트라급 과학자들도 그렇고, 창조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을거라 멋대로 단정짓던 초반의 모든 등장인물(주로 주인공)과 ‘직접’ 창조자를 보러 불편한 몸을 끌고 행차하신 웨일랜드도 순진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삶의 연장에 대한 열망이 강할지라도 내가 웨일랜드라면 자기 부하들 먼저 보내서 엔지니어랑 이야기 해놓은 뒤에 직접 가서 만나겠다. (현장경영의 대가라 그렇게 돈을 벌었는지도 모르겠다-_-)

물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기어이‘ 엔지니어의 본거리로 돌진하는 쇼 박사만큼 하겠냐만은… 이러한 부분은 그냥 이해나 공감이 아니라 트친분의 아래와 같은 훌륭한 해석을 동반하여 관객 스스로가 강제로 납득할 수 밖에…


3) 전지전능한 엔지니어 캡틴

이 영화에서 가장 능력이 출중한 것은 인류를 창조한 엔지니어도, 모든 걸 발라먹는 에얼리언(이라고 하자 그냥)도, 음흉한 데이빗도,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와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쇼 박사도 아니고, 바로 캡틴이라고 생각한다.

단 몇마디 말로 샤를리즈 테론을 낚아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아니 맞을지도-__-)….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을 때 아주 잠깐 감염된 지질학자와 싸움을 벌이고는 ‘이 별은 엔지니어의 고향이 아니고, 창조한 인간을 되려 말살시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러 온 곳이다’라고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설명하는 명석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역할로 보아 그냥 메카닉일텐데!!!) 사실 1)의 이유로 어이없어 하며 보다가 이 장면부터는 웃기기 시작했는데, 분명 긴장감 돋고 무서워하라고 만든 장면들을 보면서도 우스워서 혼났다. (실제로 후반에는 막 웃었다..)

 

4) 뻔한 구도, 어색한 전개, 산만한 캐릭터

이걸 왜 재밌게 봤는지 이유가 너무나 궁금해서 감상평을 좀 뒤져보았는데 대부분 인조인간인 데이빗에 비중을 두더라. 물론 할러웨이와의 대사는 -왜 만들었나? 만들 수 있으니까- 재밌었다. 하지만 영화는 엔지니어(창조자/파괴자)-인간(창조물), 인간(창조자)-인조인간(창조물), 엔지니어(창조자)-에일리언(창조물이자 모든 것의 파괴자)의 관계나 상징성에 대해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그 구도가 너무 단순하고 노골적이어서 별다른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킬만한 꺼리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 감상평에서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제기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영화 속에서 찾고자 한다는 부분에서 조금 놀랐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이 영화가 벌여놓은 판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능동적 감상의 의지가 전혀 없는 관객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은?좀 별로다.’ 라는 말은 이해가 안되는데… 능동적 감상을 할 여지가 있어야지 말이다. 설령 이 말이 맞다손 치더라도 관객의 잘못이라고 보기엔 글쎄다. ‘능동적 감상’을 유도하지 못한 영화의 잘못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 영화는 어색하고 억지스럽기 그지없는 전개로 ‘능동적 감상’ (도대체 이게 뭔 말이냐ㅡㅡ?)을 ‘유도’하지 못한 게 아니라 ‘방해’했다. 프로메테우스 감상평 중 이 글이 가장 균형감각이 있는 평이라 생각하는데 한 번 읽어보시길. 무엇이 어색한 전개인지 알 수 있으리라.

또 하나 더. 위와 같은 이유로 주인공급 캐릭터에도 공감을 하기 힘들었는데 하물며 엑스트라급 캐릭터에게 공감을 할 수 있으랴? 특히 마지막 특공 장면에서 캡틴은 그렇다치고 2명의 선원은 도대체 무언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 두 명에게 어떤 동기가 부여된 것이냐? 많이 본 장면이라 짜증났던게 아니라 이 두 명의 심리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극히 짜증나고 웃겼던 장면이었다.

이 두 명의 선원 뿐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왜 등장했는지 모를만큼 캐릭터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샤를리즈 테론인데… 몸매는 하악하악하나 영화에서 무슨 역할을 한 거야? 웨일랜드의 관계도 쉽사리 눈치챌 수 있을 정도고 그게 아니더라도 전혀 중요치 않고, 그렇다고 캡틴과 자는 장면도 안 보여주고(…)

긴 상영시간 때문에 편집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납득이 안된다. 캐릭터는 나열이 되었고 수습이 안되었다. 산만할 따름이다.

다시 결론

난 이 영화의 상황과 설정, 열려 있는 결말(근데 이게 무슨 열린 결말이야..) 같은 불친절이 아니라, 상황과 캐릭터에 공감을 할 수가 없고 해서 그 긴시간동안 몰입이 불가능했던 것에 짜증이 났다. 내가 이해도가 떨어져서 재미를 못 느꼈나 싶어서 찾아봐도 그것도 아니고. 차라리 기대 않고 본 ‘미확인동영상’이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영화도 보는 내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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