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어린아이 – 장욱진 20주기 기념전

2011년 2월 1일.

서울 출장길에 기어이 시간을 내어 벼르고 벼뤘던 장욱진 20주기 기념전을 보러 안암동으로 향하였다. 원래 안암동을 가면, 눈길 닿는대로 모든 갤러리를 쑤시고 다녔을터인데 그날은 시간이 없어 갤러리현대로 직행.

‘자화상’ (사진출처)

장욱진은 분명 평생토록 ‘술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였음이 틀림없다. 작품 하나하나에서 동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감상을 하는 내내, 모든 그림 앞에서 나도 모르게 ‘헤~’하는 동네 바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순수한 행복이 날 가득 채웠다.

그는 캔버스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일상을, 형태를, 공간을 변주해 고난이란 캔버스를 순수로 가득 채웠다. 그 순수와 동심은 천진난만하다 못 해 자뭇 치열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보고 있자니 본능적인 천재성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처음의 이미지완 달리, 왠지 구도, 색 등에 대해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을, 계산을 하고 그림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매체에서 접하기론 굉장히 크게 느껴졌는데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작품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비범을 평범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게 아이의 마음일까?) 작품 속 대상은 모두 단순화되어 나타나 있고, 그 구도 또한 추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게 당연하게끔 느껴진다. 또 캔버스의 대부분을 가득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텅 빈 공간 속에 많은 의미를 담았던 조선시대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무와 새’ (사진출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중 하나인데 ‘깊고 푸른 밤’의 색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이게 밤인지 낮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그림엔 항상 해와 달이 같이 있으니) 장난스런 이미지, 제 멋대로의 배치….인 것 같지만 충만한 에너지를 보면 하나하나 계산하고 캔버스를 채운 것 같다. 이미지 중 그 색을 가장 잘 살린 걸 퍼왔다. 다른 이미지나 비싼 엽서까지도(5,6장 들었나 싶은데 15000원씩이나!) 저 푸른색은 검정빛깔로만 나오더라.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장욱진

입장료는 단돈 3000원. 2월 27일까지니 꼭 한 번 더 가야겠다. 그 땐 도록 하나 사올까 싶다.

ps. 글을 써놓고 기사를 읽었는데, 느낌이 맞구나. 시공간을 넘어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난다는 것….희열이다.

ps2. 결국 2월 16일 시간이 나서 다시 갔다. 역시 또 좋았다. 추가로…그의 작품 속 인물,동물은 무표정해서 어찌보면 슬퍼보이기까지 하는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그려진다. 캔버스 하나에 현실과 이상을 모두 표현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기회되면 또 가야지. 후후

한 미술가의 경쾌한 성장기 Tom Wesselmann 展

톰 웨슬만 전시회 (Tom Wesselmann Exhibition in Korea)


2010. 12. 29.


@brokerlee님의 멘션을 통해(요즘 정보의 출처는 대부분이 트위터) 톰 웨슬만의 전시회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링크를 통해 들어가보았더니, 눈에 익은 작품이 있다. 오래전, 안암동 골목을 거닐다 우연히 간 갤러리에서 본 작품과 흡사.?예전 블로그를 뒤져보니 그 때가 2006년 10월. 4년도 더 된 기억이 한 순간에 떠올랐으니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이 글을 혹시! 만에하나! 볼 누군가도 짐작 가능할 터.

그 때 그 작품


전시회 종료가 임박한 터라 서둘러 가기로 마음먹었으나…..

2년만에 건강체질 멧돼지를 덮친 감기. 금방 낫겠지 했는데 정말 지독했다. 처음엔 편도선/몸살로 시작, 그게 낫더니 목감기, 그게 낫는가 싶더니 기침폭풍ㅠㅠ 결국 전시회 마지막날(29일)이 되어서야 기침 하느라 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 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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