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담궈 BoA요

*포스팅 계기 : 농업 관련 일을 하며 우리 농법에 대한 우수성을 보이기 위해 직접 기른 채소와 고추장을 샘플로 선보이곤 한다. 특히, 농약을 치지 않은 고추를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에(고춧가루의 불편한 진실?참조) 그로 만든 고추장은 매우 인기가 있다. 또한 드신 분들은 옛날 맛 난다시고, 다들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맛도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이런 반응도 ^^) 헌데 검색을 해보니 엉터리가 많고, 어떻게 만드는지 워낙 많이들 물어보셔서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린다.

? ? ?1. 재료

고춧가루, 찹쌀가루, 엿기름, 메주가루, 천일염, 매실엑기스

? ? ?2. 만드는 법

? ? ? 2.1 다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

말린 고추와 불린 찹쌀을 들고 방앗간으로. 고추장용으로 부탁을 하면 아주 곱게 빻아준다. 고추씨는 뺄 필요없다. 고추를 빻을 때 코가 매워 재채기가 나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좋다. (어떤 블로그를 가보았더니 ‘고추 열근을 준비했는데 빻고 나니 일곱근 반정도 나오네요’라는데 고추의 꼭지를 따고나서 일곱근 반 남은게 아니라면 아주머니…당하신 거…)

메주는 직접 뜨거나 혹은 믿을만한 곳에서 메주를 구해 빻으면 좋겠으나…방앗간에서 구매.

? ? ? ? 2.2 고추장 담기의 9부 능선, 조청 만들기

이것이 엿기름

다음은 가장 힘과 시간이 들어가는 조청 만들기. 이렇게 공이 들어간 조청은 고추장의 맛을 상당부분 결정짓는다. 사실 이것만 하면 고추장 다 담았다고 봐도 될 정도.

우선 엿기름을 물에 불리고 이걸 짜낸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 물이 너무 많으면 조청 고을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엿기름 불 정도로만 최소로 넣자.

엿기름 짜낸 물을 거름망에 걸러 준다

찌꺼기는 다 짜고 남은 엿기름과 함께 밭으로~

엿기름을 짜낸 물에 찹쌀가루를 넣고 불에 졸인다. 찹쌀가루가 삭기 전엔 냄비에 눌러 붙으니 계속해 저어준다. 물이 한 번 확~하고 넘쳐 오르면 찹쌀이 다 삭았다는 신호. 그 때부터는 가끔씩 한 번 저어주면 된다.

달달한 냄새와 함께 완성된 조청. 더 고으면 엿이 된다.

? ? ? ? ?2.3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이제 거의 다 했다. 남는 건 그동안 준비한 모든 재료를 섞는 것 뿐.

갈색으로 고은 조청에 메주가루, 고춧가루, 천일염, 매실 엑기스를 넣고 섞는다. 이 때 고춧가루는 한꺼번에 넣어도 상관이 없으나 다른 재료는 조금씩 넣고, 섞어가며 농도와 간을 조절한다. 한 가지 팁이라면 조청이 뜨거울 때 소금부터 넣으면 소금 녹이기가 쉽다.

사실 고추장 제조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농도 조절과 간 맞추기인데, 간은 좀 짤 정도로 맞춰주면 되고(나중에 녹으며 골고루 퍼진다. 그리고 너무 싱거울 경우 부풀어 오르니 주의), 농도는 주걱에서 살짝 흘러내릴 정도…라고 하지만 말로 설명하긴 힘들다.

? ? ? ? ?2.4 완성 & 항아리에 담기

완성~! 발효도 되질 않았는데 벌써부터 맛이 끝내준다 :)

정성을 들여 완성한 고추장. 깨끗이 소독한 항아리에 어느정도 부풀어 오르는 것 감안하고 적당히 담으면 끝~ (옮겨 담는 사진을 깜빡하고 찍질 못했…)

? ? ?3. WHY?

요리를 하는데 있어 단순히 레시피를 따라할 것이 아니라 이 요리에 왜 이러한 재료가 쓰였나 궁리를 해보면 요리가 더욱 깊어지고 그를 응용할 창의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라지만 정작 글쓰는 본인은 요리를 못한다는 것이 함정-__-)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포스팅을 하기 위해 검색해보니 재료와 고추장에 대한 이해 없이 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재료를 쓰는 경우가 눈에 띄어서다.

? ? ? ?- 조청

트위터 지혜의 보고 김서방님의 말씀대로 엿기름은 녹말을 분해시켜 당분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엿기름을 짜낸 물에 찹쌀가루를 넣어 끓이는 것인데 이 때 굳이 찹쌀가루 뿐 아니라 고구마 같이 전분으로 쓸 수 있는 것들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찹쌀가루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

이렇게 만든 조청은 고추장의 깊고 오묘한 단맛을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검색을 해보니 엿기름으로 조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엿을 넣는 사람이 있다… 아니 왜 굳이 힘들게 조청을 만들고 물엿을 넣고 있나? 그럴거면 아예 조청을 사서 쓰지 이해가 안되는 처사.

또한 엿기름으로 조청을 고는 대신 찹쌀풀을 끓이고 거기에 물엿을 넣는 사람도 있는데 조청 고는게 워낙 공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이해는 가지만…기왕 고추장 담는 김에 정석으로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조청의 또다른 역할은 바로 고추장 농도를 조절하는 것에 있다. 고추장에 있어 기본이 되고 많이 쓰이는 재료인지라 농도 조절의 중추를 담당한다. 그래서 우리집은 이를 대비해 조청을 만들 때 하나는 조금 빡빡하게, 하나는 조금 묽게 해서 농도 조절에 쓴다.

? ? ? – 메주가루

고추장은 발효식품이다. 메주가루를 넣는 이유? 당연히 유익한 발효 미생물(특히 바실러스)을 접종하려는 것이다. 메주 만들기가 번거롭다면 좀 더 쉽게 청국장을 띄워 가루내어도 된다. (물론 방앗간에서 구입하는게 제일 간편…)

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고추장 담그기’를 주제로 한 많은 포스팅에서 소주를 넣는다고 하는 걸 보아서이다. 그들이 소주를 넣는 이유는 나중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즉, 소독을 위해 소주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소독약은 유해한 미생물도 죽이지만 유익한 미생물도 마찬가지로 없앤다. 그런데 발효 미생물 생기라고 메주가루 넣으면서 소주를 넣는다? 재료와 요리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이다. 그냥 잘못된 인습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곰팡이가 생기는 이유는…깨끗하게 관리를 못해서이다. 우린 소주 안 넣고 몇 년을 두어도 곰팡이가 안 생기는데 왜 그러시냐. 차라리 술을 넣을 요량이면 막걸리를 적당량 넣던가…(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막걸리엔 유산균이 주가 되는데, 이걸 쓰면 고추장이 좀 시큼해 질 수도 있겠다.)

? ? ? – 매실 엑기스

매실 엑기스는 효소의 일종이다. 효소는 설탕을 이용해 만든 발효음식인데, 발효 과정에서 생긴 미생물이 설탕을 분해하며 여러 유익한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즉, 설탕과는 다른 깊은 단맛을 내어주고, 또한 고추장에 필요한 미생물을 보강해준다.

(사진 설명 : 설탕과 효소를 녹인 물을 상온에 1주일간 두었더니 설탕물은 수분이 증발되며 설탕이 바닥에 딱딱하게 굳은 채 남지만 효소는 진득한 액체 그대로이다. 비록 설탕으로 만들었고 단맛을 내지만, 효소는 설탕과는 전혀 다른 성분인 것이다.)

또 하나 매실 엑기스의 다른 용도는 바로 농도조절에 있다. 재료 중 유일한 액체니까 당연한 이야기. (또다른 블로그에선 농도조절을 위해 물을 넣으면 곰팡이가 생기니 소주를 넣었다…라고 하는데, 매실 엑기스나 조청을 더 쓰세요.)

? ? ? ?- 천일염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좋기도 하지만 미생물에게도 좋은 것이다. 고추장이 발효식품임을 잊지 말자. 또한 일반소금을 쓰면 고추장이 써질수도 있다는대…어쨌건 닥치고 천일염!

? ? ?4. 주저리 주저리

일단 우리집은 이번에 고춧가루 40kg, 엿기름 75kg 가량을 썼다. 메주가루는 방앗간에서 추천한대로 고춧가루 5kg 당 2kg 정도 썼고. 엄청나게 많이 담은 것인데, 워낙 여기저기 나눠주는 걸 좋아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

헌데 어머니의 통솔 아래 고추장을 여러번 만들다보니 우리는 며칠이 걸릴만큼 고된 작업이었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한다면 일년치 분을 만들지라도 크게 수고스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된장도 마찬가지. 된장은 훨~~~~~~~~~~~씬 더 쉽더라. 메주를 직접 뜨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지만.)

시중의 고추가 얼마나 위험한지, 농약을 많이 치는지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팅에 언급을 했다. 또한 가공과정 중 어떠한 것을 넣는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는 시대다. 담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은 된장, 고추장…안전하고 더 맛이 있게 집에서 직접 담아보면 어떨까?

ps1.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어 이렇게 정리를 했는데, 레시피 그대로 따라해도 그 맛이 안나는게 요리라.. 게다가 재료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는 우리 농법으로 농약, 화학비료 안주고 기른 고추에, 매실 엑기스도 직접 담은 것이고, 엿기름 90kg는 재래시장에서 구입을 했는데 어찌나 향이 좋던지. 그리고 고춧가루 40kg에 엿기름을 75kg를 썼지만 엿기름의 농도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지기도 하겠고. 그래도 직접 담으면 시중의 맛 없는 고추장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니 집에서 한 번 담아 보시길.

ps2. 지난 목요일(10/20), 서울시향 말러 시리즈를 보러 갔다가 어머니가 고추장 한 통을 기어이 정명훈 지휘자님께 선물을 해 주셨다. 정마에 왈 “어 이거 내가 꽃보다 더 좋아하는거!”라고 하셨다는 후일담 :D

“고추장을 담궈 BoA요”의 8개의 생각

  1. 엿기름, 고춧가루, 된장가루의 비율이 대략 4 : 2 : 1 이군요. 고추장 담그려고 레시피를 상당히 많이 검색했었는데, 그중 가장 유익한 포스팅이네요. :)

    1. 사실 귀차니즘에 포스팅 하지 말아버릴까도 생각했다가 소주 넣는다는 레시피에 어이가 없어 정리를 해버렸죠.?
      비율은 대략 그정도로 잡되, 엿기름 같은 경우는 졸이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생기니 만드는 분에 달렸죠. 알아서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2. 조청을 만들때 60도 내외로 유지해줘야 효모와 당합성균이 활성화 되어 찹쌀에 있는 탄수화물을 당으로 바꿔줍니다. 너무 높으면 미생물이 죽고 낮으면 활성이 저하되죠.
    다른 글들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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