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의 불편한 진실

*포스팅 계기 : 한 달에 최소한 글 하나는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건만 너무 오랫동안 블로그를 비워 놓아 죄책감을 느끼는 요즘. 가을걷이 등등 일거리가 많은 와중에 고추장을 담았다. 그 과정을 한 번 공개해볼까 하며 중간중간 사진을 찍던 중, 먼저 고추에 대해 한 번 다뤄봐야겠단 마음을 먹은 찰나 마침 중국산 고춧가루에 관해 지난 5일 MBC 불만제로에서 방송을 했길래 얻어 들은 이야기 좀 얹어서 정리.주의)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거창할 수 있음.

한국 사람의 식탁에 빠지는 법이 없는 양념, 고추. 그러한 고추가 농약을 가장 많이 써야 하는 작물임을 아는 도시인은 많지 않다. (자연에서 멀어진지 오래된 지금, 뭔들 안 그러겠냐만) 하지만 고추는 농민을 여름 내내 농약통을 짊어지고 살게 하는 작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농민 상대 강의에서 ‘우리는 화학비료, 농약 주지 않고 노지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란 말에 ‘어디서 사기꾼 하나 왔네’란 대답을 들은 적도 있다.

다른 작물에 비해 농약을 많이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고추 역병과?탄저병?때문. (관련기사) 고추농사의 최대의 적인 이 두가지 병은 고온다습하고 강우량이 많은 경우 쉽게 발생한다. 특히 비에 의해 전염이 잘되는데 그래서 장마철이 있는 우리나라 여름은 노지재배 고추농사에 치명적인 환경이다. 헌데 올해 여름, 비는 문자 그대로 그치지 않았다.

7월 한달, 21일 동안 비..맑은 날은 단 하루! 직접 겪고도 믿기지 않는다-_-;

이러한 날씨는 예상했던대로 고추값의 폭등을 불러왔고 1kg에 3만원이 넘어가는 미친 가격은 값 싸고 질 나쁜 중국산 고추의 유통을 조장했다.

1. 값싸고 질 나쁜 중국산 고추

이정도는 약과

이정도는 되야지-_-;

고추의 수입 관세는 270%. 그러니 중국산 고추의 대부분은 밀수품인데, 정식으로 통관과 검역을 거치지 않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어제(11일) 홈플러스 고추에 식중독균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났는데 아마 중국산 고추가 섞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물론 아닐수도 있다. ‘중국산은 매우 나쁘다!’지 ‘국내산이 좋다!’라고 말할 수 없는게 고추라…)

중국산 고춧가루 나빠요

2. 섞는다. 쉿~! 무엇을 얼마나 섞는지는 며느리도 몰라

고추씨를 섞은 18,500원 짜리가 34,000원 짜리 고춧가루로 뿅하고 둔갑.

유통&가공업자는 이러한 질 나쁜 중국산 고추와 고추씨를 불법으로 들여와 국내산 고추와 섞어 판다. 중국산 고추와 국산 고추를 섞어파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비율과 가격을 속인다는 것이다.

한국고추가공협회의 인물조차도 중국산 고추와 국산 고추를 갈아서 섞으면 그 누구도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구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고추씨도 거의 마찬가지인데 고추와 반반을 섞어도 민감한 소비자 외에는 거의 구분을 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고추씨를 섞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중국산이고, 몰래 섞는다는 두 가지 사실이 나쁜 것. 많은 주부들이 빨간 빛깔이 옅어진다며 고추씨를 빼달라고 하는데 (혹은 방앗간에서 그냥 그렇게 해주니까) 색깔에서도 맛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 우리집엔 고추씨를 넣은 고추장과 뺀 고추장이 있는데 오히려 고추씨 고추장이 더 맛나다. (일부러 이렇게 구분을 한 건 아니고, 고추씨 빼지 말라고 했는데 방앗간에서 몰래, 멋대로 빼버려서…이 일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방앗간을 바꿔버렸다.)

비용 때문에 자발적으로 중국산 고추를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벌이를 위해서 그 비율을 숨기는 것은 범죄다. 대책으로 낮은 가격은 의심하라고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한 방앗간에서는 중국산 20%, 국내산 80% 비율로 섞은 걸 1kg 당 3만원에 판매를 하고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가 방송 내용. 정리하고 나니 별거 없다-_-;)

방송을 보고나서 올해만 이렇게 중국산 비율을 속이며 팔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흉작을 핑계로 더 맘껏 섞고 있겠지. (물론 양심적인 방앗간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비양심적인 방앗간도 많다… 근수를 속인다던지 여러 번 당한 적이 있어서..;; 방앗간에 갈 땐 꼭 무게를 재보고 가시길.)

3. 그럼 돈 더 들여서 국내산 먹음 되겠네?

얼추 맞는 말이긴 하다. 중국산 고추의 질이 워낙 나빠야 말이지. 하지만 국산 고추라고 신봉할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농약을 가장 많이 뿌려야 하는 작물이 고추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얻어 들은 이야기를 하자면, 올해 인근 마을에 단 한 농가만 제외하고 고추 농사를 완전 망쳤다. 헌데 단 한 명 성공한 농민이 “나처럼 부지런해봐. 비가 와도 매일 농약통 짊어지고 뿌리면 이리 되는가?”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라고 동네 택배 아저씨가 말을 해주셨다.

또 다른 하나는 양돈하시는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 중국에선 고추를 말리기 위해 수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라목손을 확 뿌려댄단다. 헌데 본인 마을에서도 그런다고 했다. 확인하지 못 한 이야기고, 그라목손으로 고추를 말리는 매커니즘을 제대로 이해는 못 하겠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4. 생뚱맞은 결론

한국인의 식탁에 빠져서는 안되는 양념이건만, 농사가 어렵기에 고추엔 농약을 너무나 많이 뿌린다. 이를 알기 때문에 식당에서 음식은, 특히 가공김치는 왠만하면 안 먹으려 한다.(사실 고추만 그런 것이 아니지만)

때문에 농약 주지 않고 길렀다는 고추를 보면 동쪽에서 온 귀인을 대접하듯 귀하게 모시면 좋다. 그리고 고춧가루 용으로는 어렵겠지만 풋고추 용으로는 집에서 고추 화분 몇 개 키워서 충당하면 어떨까?

(생뚱맞은 결론이 부끄러워) ps 1. 블로그트위터를 통해 몇 번 이야기는 했지만 풋고추를 고를 때 짙은 녹색을 띄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잘 모르는 소비자는 짙은 녹색을 띄는 것이 더 건강한 것이라 착각할 수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짙은 녹색은 질소질이 과다되었다는 이야기이고, 그렇게 화학비료를 많이 썼다는 말은 농약을 많이 썼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러니 연하고 밝은 빛깔을 띄는 것이 짙은 녹색, 검은빛이 나는 녹색보다 대체적으로 낫다. 이는 고추 뿐 아니라 대부분의 녹색 채소에 해당되는 이야기.

ps 2. 그렇다고 고추를 먹지 말라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다. 사실 요즘 먹을거리 중 생산과정을 알고 나면 먹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먹을 땐 즐겁게 먹되 (선택에 있어 신경은 조금 쓰지만) 이러한 것들을 열심히 알리려 한다. 진실이 불편할지라도 직면해야 (그나마) 개선될 여지가 있기에…

ps 3. 글을 다 쓰고 검색을 해보니 11일 KBS 뉴스에?관련보도가 떴다. 재미없는 글 읽는 것보다 링크타고 들어가 영상 한 번 보는게 훨씬 낫겠다ㅠㅠ

“고춧가루의 불편한 진실”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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