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食識)하자 – 육식/축산 편

*이 글은 씩씩(食識)하자 라는 강의의 2편으로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씩씩(食識)하자 – 먹거리 이면 들여다보기
  2. 육식/축산 편
  3. 채식/농업 편 1부 먹거리의 중요성,?2부 유기농의 맹점
  4. 가공식품 편
  5. 먹는다는 것의 의미

라지만 따로 봐도 상관없다는…(그래도 다 읽으면 새해에 주름 하나 덜 받으실 수도..#야!)

*주의사항 : 내용 중간 제가 하는 일에 대한 홍보(?)가 들어가는데 흐름상 뺄 수가 없어서 최소한으로 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먹거리의 기원

자연에서 멀어질 수록 우린 우리의 먹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사실 나 역시 일을 하며 농사를 짓기 전까지 참깨와 들깨가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 했고, 심지어 참외가 나무에서 나는 것인 줄 알았다.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훨씬 심각할 것이다.?(강의 분위기를 위해 뻥도 좀 치고 그래야…쿨럭)

토마토는 자주 먹을텐데도…

또한 축산농가에 자주 가기 전까지 늘 먹던 소, 돼지, 닭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막연하게 더러운 동물이라고 알고 있던 돼지가 사실은 청결한 걸 좋아하고, 상당히 똑똑한 동물이라는 말을 양돈하시는 분께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훈련을 시키면 돼지가 양을 몰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하고 적어도 5살 아이의 지능은 가졌다고 말씀들 하신다. (사실 돼지가 진흙으로 몸을 더럽히는 건 기생충 예방 혹은 더운 날에 체온을 낮추기 위한 것이고, 후각이 뛰어나고 냄새에 기초한 기억력은 동물에서도 최상위라고..)

동물복지

혹시 소의 자연수명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는가? 돼지, 닭은? 그럼 지금은 얼마동안 키워내 도축을 하는지 아시는지? 나는 이 또한 몰랐었다.

자연수명 도축시기
15~20년 30개월
돼지 15년 180~200일
20~30년 7년 30일

소, 돼지, 닭의 자연수명과 도축시기는 위와 같다. (생각보다) 수명이 김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치면 고작 10대일 때 도축이 된다. 이렇게 도축시기가 자연수명보다 훨씬 이른 것은 얼른 키우고 얼른 잡아야 돈을 번다는 목적도 있지만 고기맛을 위해서기도 하다.

헌데 어차피 잡아 먹으려 키우는 것, 일찍 잡으나 늦게 잡으나 별다를게 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 견해에 크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가축을 사육하는 방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장식 밀집사육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소, 돼지, 닭의 1인당 소비량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10년 1인당 소비량 (kg) 도축량 (마리)
8.9 750,000
돼지 19.3 14,000,000
10.4 720,000,000

1인분을 200g으로 봤을 때 1년 동안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소는 45인분, 돼지는 97인분, 닭은 52인분 가량 먹는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2010년 한 해 동안 소는 75만 마리, 돼지는 1400만 마리, 닭은 자그마치 7억 2000만 마리가 도축이 되었다.

이 필요 이상의 육식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급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 해법이 바로 ‘공장식 밀집사육’이다. 사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공장식 밀집사육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육류 위주의 식단, 식성을 낳았고, 또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식 밀집사육을 지속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지만, 이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지경에 이른게 사실.

그런데 공장식 밀집사육…뭐가 문제일까? 실태를 좀 더 살펴보자.

돼지는 제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철제 우리 안에서 사육이 된다.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도 잘리는데 이는 좁은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 뜯기 시작해 살점마저 씹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 없는 이빨로 철제 우리에 피가 맺힐만큼 우리를 물어 뜯기도 한다. 그리고 숫컷 같은 경우엔 태어나자마자 거세를 시키는데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줄여 근육 발달을 저해시키고, 고기에 숫컷 특유의 냄새(雄臭)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오로지 맛을 위해서!

닭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좁은 사육장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운동부족에 시달린다. 이는 근육발달을 저해해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데, 이러한 운동부족에 더해 성장촉진제, 호르몬제가 마구 섞인 사료를 먹으며 자라게 되면 깃털, 뼈, 내장이 크는 속도가 살집 오르는 속도를 따르지 못 할 정도가 된다. 그러면 닭이 관절염에 걸려 제대로 걷지도 못 하게 된다. 이건 한 달만에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육계의 경우고,

계란을 위한 암닭은 날개 한 쪽 펴기 힘든 철제우리에서 인공조명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알을 놓게 된다. 더욱 잔인한 사실은 알을 놓다가 산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2주 정도 모이를 주지 않고 굶겨버리는데 약한 놈은 이 과정에서 죽기도 한다. 살아남은 닭은 털이 빠지게 되는데 이렇게 강제 털갈이를 하고 나면 다시 알을 놓을 수 있게 된다. 이후 4개월 가량 알을 더 놓다가 폐계로 처리되어 공장에 들어가 소세지가 된다.

소의 경우는 ‘밀집’이라는 개념에 있어선 돼지나 닭보다는 조금 나은 상태지만 숫컷은 태어나자마자 같은 이유로 거세되고 암컷은 인공수정을 통해 항상 임신상태에 놓인다는 것이, 자라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공장식 밀집사육의 실태를 보고 ‘뭐…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장식 밀집사육은 위와 같은 동물복지의 차원을 넘어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많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할 문제다. 왜 그럴까?

항생제 남용

현대 축산의 과제는 한정된(좁은) 공간에서 되도록 많이, 최대한 빨리 가축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런 밀식사육의 조건 아래 가축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는데 쉽게 병들고 죽게 하지 않기 위해 자연히 가축에 갖은 항생제를 먹일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사육방식은?가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판매가 가능할 때까지 버티게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항생제 과용이 인간에게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가축에 항생제가 잔류하게 되고 그걸 먹음으로써 각종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슈퍼박테리아가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슈퍼박테리아에 감염이 될 경우 간단한 수술도 할 수 없게 되고 쉽게 사망에 이르게 된다. 미국에서는?2005년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이 19,000명으로 그 한 해 에이즈 사망자 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고 올해 5,6월에는 전 유럽이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공포로 떨었던 일이?있었다.

마침 추석 연휴 마지막날 항생제에 대한 기사가 뉴스에 났는데 한 번 보시길.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 세계 1위 국가다.

곡물 사료

옥수수 山 -_-;

대부분의 가축사료의 원재료는 수입산. 물론 농약 범벅으로 길러낸 작물들이다.

보통 배로 수입을 해오는대 한 해운회사 회장님이 직접 해주신 말에 의하면 운송 전에 하~얗게 방부제를 치고 가림막도 없이 운송을 한단다. 비바람, 파도, 갈매기똥에 절여진 채로 바다를 건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리 방부제로 샤워를 해도 부패될 수 밖에 없다. 도착해서 하역하자마자 하얗게 방부제를 또 치고 사료회사에서 가져가 사일로 즉, 저장창고에 넣기 전에 또 하얗게 방부제 샤워를 시킨다.

이렇게 부패로 인한 독소와 곰팡이, 그리고 방부제가 그득한 원재료로 만든 사료를 가축은 먹고 자란다. 이는 또한 항생제의 사용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질 나쁜 사료가 가축에 과연 좋은 것일까? 그리고 질 나쁜 사료를 먹은 가축이 인간에게 좋은 것일까?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를 해주신 해운회사 회장님은 밀가루 음식을 드시지 않는다. 사료용 곡물 뿐 아니라 수입산 통밀도 마찬가지라 말하시면서.

환경오염

해양투기(사진출처)?런던협약에 따라 내년부터 중단되어야 함에도

또한 공장식 밀집사육은 기후온난화,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래 동영상에 따르면 미국의 공장식 농장 한 곳은 미국 4번째 대도시인 휴스톤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생산한다고 한다.

자연의 순리

난 이렇게 키우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육류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복지 차원을 떠나 항생제 범벅인 고기, 사는 동안 관절염, 피부병 등 갖은 병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은 고기가 과연 사람에게도 좋을까?

끝내는 고기가 될 운명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제 습성을 지키며 살게 할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려면 공장식 밀집사육을 단번에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해가스

헌데 과연 그냥 비좁은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만으로 가축의 면역력이 그렇게 떨어지고, 병에 쉽게 걸리게 되는 걸까? 그리고 죽기까지? 여기엔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바로 똥이다.

유기물, 특히 단백질이 분해가 되면 아미노산 같은 영양소 뿐 아니라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악취물질도 발생을 하는데 이 악취물질은 사실 유독가스이다.

구분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999
258 20 38 27 25 20 22 25 32 19 30
사망 194 14 31 20 22 16 21 11 26 16 17
부상 64 6 7 7 3 4 1 14 6 3 13

연도별 질식재해 현황 (’99~’08) (출처: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단위:명)

실상 축산농장이나 하수처리장, 맨홀 같은 많은 산업현장에서 유독가스 질식으로 인한 사고가 매해 일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조사한 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의 자료를 보면, 매해 20명 이상의 사고자가 발생하고 평균 19명 가량 사망도 한다. 질식사고는 일단 일어나면 부상보다 사망의 위험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헌데 인간들이 느끼기엔 단순히 악취이지만 가축들은 이런 유해가스가 밀집된 축사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실제로 축산농가에 방문해서 축사에 들어가면 지독한 악취 뿐 아니라 암모니아 가스가 확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순간적으로 눈과 목과 코가 따가울 지경.

이렇게 유독가스를 계속 마시며 가축이 지내면 자연히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각종 호흡기 질병/피부 질병에 걸릴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런 가스가 대장균 같은 병원균미생물도 촉진시키고. 그래서 항상제를 다발로 쓰지만 폐사가 많이 일어난다.

[spoiler show=”이건 좀 자랑” hide=”깔때기 그만 대!”]이제 우리 자랑을 (동물들이 그나마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병에 걸리지 않고, 죽지 않게 한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좀 하자면 우리 산과들은 공장식 밀집사육의 진짜 문제거리이자 근본적인 문제거리인 유독가스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악취원인물질 즉, 유해가스를 먹이로 삼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것.(자랑공간이 아니니 단 한가지) 적용사례를 보여드리자면,여긴 창녕에 성삼문 사당 바로 옆에 있는 양돈농장인데, 관광지 특성상 악취에 특히 더 민감한 곳이다. 하지만 사진과 같이 똥물을 맨바닥에 뿌리더라도 냄새가 나질 않는다. (는 자랑을 하려고 농장주님이 갑자기 트셨음0_0)

다른 동물은?

그동안 육류의 이면과 문제점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가장 많이 소비가 되는 축종이기 때문에 주로 소, 돼지, 닭을 다뤘지만 ‘공장식 밀집사육’, ‘항상제 남용’, ‘사료문제’, ‘환경문제’, ‘유독가스 문제’ 등은 다른 모든 가축 그리고 수산양식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간단히 생각을 해보면, 양식을 하는대도 굉장히 밀집사육을 한다. 헌데 물고기나 새우, 어패류도 똥을 싼다. 이로 인한 문제는 오히려 가축보다 더 심각한대 그 이유는 물을 다 빼지 않는 이상 물 속에 있는 똥 뿐 아니라 남는 사료를 치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분뇨와 과잉사료가 물 속에서 부패하고 이게 또 가스를 만들어내면 앞서 말한 ‘유독가스’로 인한 문제점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수질오염은 말한 것도 없고, 항생제도 쏟아 붓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하 양식 같은 경우 성공률이 30~40% 정도라고 양돈을 하다가 새우를 하시는 분이 말씀해주셨다.)

그렇다면 채식만이 해법인가?

Meet Your Meat

위는 ‘윤리적으로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임(PETA)’라는 단체에서 미국의 가금류, 소, 돼지 농장에 잠입하여 촬영한 것이다. 자막 없이 영상만 봐도 이해가 된다.

영상은 주로 현대축산의 잔혹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육식은 그만두고 채식을 시작하자..라며 끝을 내는데 사실 끝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잔혹한 영상을 보면 절로 육식을 그만두고 싶어진다. 이러한 영상과 교육 때문인지 (본인 건강을 생각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겠지만) 외국에서는 채식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채식은 ‘동물복지’ 뿐 아니라 앞서 말한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아주 근원적인 방법이다. 그럼 육식은 죄악이고 채식만이 답일까? 단지 동물이 아니면, 농산물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나는 ‘동물복지’ 뿐 아니라 ‘식물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장식 축산이 인간과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 뿐 아니라, 공장식 농업 그리고 현대 농업이 인간과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씩씩(食識)하자 – 육식/축산편에서는 끝내는 고기가 될 운명일지라도 덜 고통스럽게 제 습성을 지키며 살게 할 수 없을까 하는 화두를 던져 보려했다. 다음으로는 채식/농업을 다뤄보자.

씩씩(食識)하자 – 채식/농업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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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食識)하자 – 육식/축산 편”의 6개의 생각

  1. 사실 저는 한때 비건에 가까운 채식주의자였는데,
    그 이유가 팀로빈슨을 알면서 부터였죠.
    환경 파괴에 대한 육식의 폐해를 알면서부터 비건이었다가,
    지금은 소극적인 채식위주 삶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육식의 폐해는 참으로 끝이 없어요.
    무엇보다 우리가 먹는 육류는 음식이 아니라 폭력으로 돌변했잖아요.
    반가운 마음에 블로그 왔다 갑니다.
    저는 요즘 블로그가 개장 휴업 상태 ㅋㅋ

    1. 반갑습니다. 전 농축산 관련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군요.
      전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만 먹는다는 행위와 먹거리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육식과 채식, 즉 먹는다는 행위에 관해선 또다른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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