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食識)하자 – 채식/농업편

육식/축산편에 이어…

공장식 축산이 내뿜는 오폐수, 유독가스가 가득한 환경에서 질 나쁜 사료를 먹으면서 항생제로 겨우 버티는 동물들의 복지, 1kg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 12kg의 곡물을 들여야하는 낮은 에너지 전환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육식은 죄악이고 채식만이 답일까? 단지 동물만 아니라면, 농산물이라면 괜찮은 것일까? 지난 귀농통문 봄호에서는 과도한 육식과 공장식 축산 그리고 그것이 야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이번엔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대규모 단작으로 특징되는 공장식 농업이 인간과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현대 농업의 폐해 ? 화학비료와 농약의 악순환

미생물로 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토양을 살리는 일, 후손을 살리는 길’이다. 이 문장엔 현재의 땅은 망가져있고, 앞으로도 망가져가고 있으며, 이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면 우리 후손마저 위험해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토양이 망가졌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토양엔 다량원소는 풍부하고, 미량원소는 다양하게 존재해 균형이 잘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양분으로 삼는 각종 미생물, 벌레, 식물 등이 이루고 있는 토양 생태계의 균형 역시 잘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양이 망가졌다는 말 혹은 죽었다는 말은 토양의 균형이 깨어져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좋은 작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물을 출하해내는 것이 목적이 된 현대의 농사방식은 수확량과 생산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단일한 종류의 작물을 대규모로 기르며 질소N, 인산P, 칼륨K 위주의 화학비료를 준다. 작물의 성장을 강제적으로 촉진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런 화학비료는 씨만 뿌려놓았다가 시세가 좋아지면 화학비료, 농약을 마구 줘 빨리 키워 출하시키는 기괴한 방식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NPK에 치중된 화학비료를 쓰면 쓸수록 토양 미네랄의 균형이 깨지고, 토양 속 다양한 생물들의 생태계 균형마저 망가진다. 이러한 방식은 식물이 눈에 띄게 쑥쑥 자라니 처음엔 효과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화학비료의 과잉영양에 의해 강제로 성장한 식물은 뼈가 굵어질 새 없이 살만 찐 비만환자나 성인병 환자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조직이 치밀하지 못하고 약하다. 허약하니 병해충과 질병에 취약해진다. 그럼 어쩌나? 농약을 줘야한다. 농약 또한 토양의 균형을 깨뜨리고 지력을 쇠퇴시킨다. 또한 항생제에 면역이 생기듯, 농약에도 면역이 생기는 병해충이나 바이러스가 생긴다. 땅이 망가지면 지난해와 같은 양의 비료를 줘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럼 어쩌나?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늘리게 된다. 혹은 사용량은 그대로인데 강도가 세진다. 다시 지력은 약해지고 그에 맞춰 작물도 약해지니 농약 사용량도 다시 증가하고, 이는 또 화학비료 사용량의 증가를 불러온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축적되고 과잉된 화학비료와 농약은 토양 뿐 아니라 지하수, 하천, 호수에도 스며들어 수중생태계의 균형 역시 깨뜨린다. 물 속에 질소나 인과 같은 영양물질이 증가하여 조류가 급속히 증가하는 현상인 부영양화가 바로 그것이다. 조류가 과다하게 번식하면 조류의 호흡, 분해에 의한 용존 산소 부족에 조류가 방출하는 유독물질이 더해져 어류가 폐사하기도 한다. 물이 탁해지고 악취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망가진 땅에서 나는 먹거리

화학비료와 농약의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피폐해진 땅에서는 비 온 다음날도 지렁이 한 마리 보이질 않는다. 땅이 딱딱해져 종일 서 있으면 무릎과 다리가 아플 정도다. 이만큼 땅이 망가지면 화학비료, 농약을 주더라도 예전만큼의 생산량이 나오질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땅에서 자란 농작물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화학비료의 과잉영양은 작물을 비대하게 성장시킨다. 사람으로 치면 뼈와 근육은 성장하지 않고 키만 크고 살만 찐 것과 같은데, 이렇게 조직이 느슨한 것이 망가진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조직이 느슨한 작물은 우선 단단하지가 않다. 칼로 썰기도 힘들 정도로 단단한, 건강한 땅에서 자란 무와는 달리 화학비료를 밑거름으로 듬뿍 줬음에도 심은지 한 달 안에 두 번이나 비료를 더 주는 요즘의 무는 보기엔 크고 미끈할지 몰라도 악력을 가해 누르면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무르다. 이런 무는 김장을 담아도 금방 물러진다. 조직이 느슨한 작물은 저장성 또한 떨어진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상추는 두 달까지도 신선하게 보관을 할 수 있지만 요즘의 상추는 냉장고 안에서 일주일이면 물러져 못 먹게 된다. 맛과 향은 어떨까? 농민 상대로 강의를 하며 우리가 기른 채소를 나눠주면 “상추는 상추 맛이 나고, 쑥갓은 쑥갓 맛이 나네?” 라며 놀란다. 이렇게 당연한 말을 신기하게 할 정도로 요즘의 먹거리는 형태만 가지고 있지 고유의 맛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외국의 많은 연구는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오렌지 1개로 섭취할 수 있던 양의 비타민 A를 얻기 위해 오늘날에는 8개의 오렌지를 먹어야 한다는 말로 요즘 먹거리의 영양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유기농의 맹점

건강한 땅에서 자란 건강한 작물은 무르지 않고 단단하고, 질기지 않고 아삭하고, 화학비료 특유의 찝찌름하고 쓴 맛 대신 작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있고, 저장성도 좋고, 그만큼 영양성도 좋다. 그런데 유기농이면 다 해결이 될까? 유기농으로 기르기만 하면 토양과 하천이 망가지는 것도 해결이 되고, 안전한 작물, 영양성 높은 먹거리가 자연스럽게 자라날까? 내 대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다. 우선 유기농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자. 현재 한국에서 말하는 유기농산물이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일컫는다. 1)3년 이상(다년생작물, 그외 작물은 2년) 화학비료/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논밭에서 재배되어야 함. 2)농축산식품부에서 인정한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함.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농경지에만 안주면 된다?

농경지에 직접 뿌리지 않아도 주변 잡초제거에 제초제를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인근토양내 잔류농약 성분 검사를 한다지만 현장을 다니며 농민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그 검사라는 것이 아주 까다롭진 않은 것 같다. 또한 해당 농부는 주지 않더라도 주변 재배지에서 화학비료/농약을 쓰는 건 막기가 힘들다. 실제 한 농민은 내게 “나는 친환경쌀, 유기농쌀 이런거 다 안 믿어. 논 주위에 제초제 주면 다 논에 스며드는데 그게 무슨 유기농, 친환경이야?” 라고 하셨다.

3년?

세계 제1의 종자기업인 몬산토는 원래 화학무기 제조사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었다. 전쟁 후 화학무기가 폐기되자 이 기술을 응용해 만든 것이 바로 강력한 제초제와 살충제이다. 즉, 화학무기가 농약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한 농약성분이 과연 3년만에 다 없어질까? 3년만 농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면 건강한 유기농 먹거리가 쑥쑥 자랄까?

1971년에 끝난 베트남 전쟁에서의 고엽제(Agent Orange)의 피해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나고 있다. Agent Orange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라. 베트남에서 고엽제의 악몽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과 몬산토로 대표되는 고엽제 제조업체들은 보상은 커녕 한 마디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전쟁에 쓰인 고엽제보다 현재의 농약은 성분도 강도도 많이 경감되었겠지만 이전에 쓰인 농약의 양, 강도 등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3년이라는 시간을 유기농을 보증하는 기준으로 여기는 것이 타당할까?

토양을 살리는 것의 지난함은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기무라 아키노리 씨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사과 역사는 120년이에요. 그동안 수많은 선대 농부가 무농약/무비료 재배에 도전했지요. 하지만 안 됐습니다. 4~5년 만에 포기했기 때문이에요. ‘4~5년을 했는데 안 됐으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요. 바보처럼 11년을 버텼어요. 그러니 나무가 불쌍해서 꽃을 피워주더라고요.

허술한 인증 절차

원래 유기농 인증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도맡아 했었다. 하지만 유기농 신청 농가가 늘어나며 인증 기관의 인력이 부족해지자 해당 업무를 여러 민간 기관에 이양하였다. 실제 유기농을 10년 이상 하고 있는 농민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민간 기관의 유기농 인증 절차가 매우 허술할 뿐더러 돈으로 매수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유기농은 정말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나?

역시 그 농민에게 들은 바로는 본인은 민간 인증기관이 생기기 전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인증을 받았는데, 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물과 토양의 경우 1년에 한 번, 작물의 경우 현장에 직접 오거나 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불시에 수거해서 검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검사라는 게 주로 잔여 농약 성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유기농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농가에선 화학비료를 쓰기도 하지만 인증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농약은 전혀 쓰질 않는가? 아니다. 소위 생물농약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 유기농 전용 농약도 있다. 대부분이 급성경구, 급성경피4급, 어독성 3급의 저독성이지만 오히려 ‘유기농약이니 괜찮다’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더 많은 양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

다시 토양의 균형

그래도 주변에도 철저히 화학비료/농약/제초제를 주지 않고,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고, 3년간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하면 토양이 살아나고 본연의 맛을 지닌 농작물이 생산이 될까? 왼쪽 사진은 앞서 언급한 10년 이상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하우스이다. (오른쪽은 왼쪽과 동일한 상태였던 바로 옆의 하우스. 우리 기술로 살렸다. 확연히 차이나지 않는가?)?그는 민간 인증기관이 아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을 받았고 여전히 품질관리원에서 토양과 수질, 작물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으며, 인근이 모두 유기농 단지라 다 같이 제초제는 쓰지 않고 있다. 또한 유기농을 한 지 오래되어 유기질이 충분해 화학비료를 따로 줄 필요가 없고, 예방 차원에서 유기농 농약은 뿌리지만 비싸서 많이 뿌리지도 못한다고 했다. (사실 이는 작물의 특성상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가 키우는 상추류와는 달리 고추 같이 돈이 되는 비싼 작물은 비싼 유기농 농약을 많이 쓰더라도 작물을 살리는 게 우선이기 때문.) 그런데 사진을 보라. 작물이 나지 않은 곳이 많아 듬성듬성 울퉁불퉁하다. 결국 유기농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토양이 건강한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유기농의 반대면 무기농 혹은 화학농인가? 그렇다면 무기물 화학물은 다 나쁜 것인가? 유기농에서 토양 속 생명들은 무기물 화학물은 이용하지 않는 것인가? 유기농이라면 다 좋은가? 비싼 것이 당연한가? 일반농이라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필요할 때만 조금씩 써 토양 상태가 유기농보다 나은 경우도 있고 유기농이라도 토양 상태가 일반농과 별 차이가 없는 것도 있다. 물론 전자는 드물지만, 후자는 생각 이상으로 많다. 이렇게 유기농도 일반농도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유기농은 무조건 좋고, 일반농은 무조건 나쁘다는 관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에 대해 비난을 했지만 비난의 초점은 과잉과 중독에 맞춰져 있다. MSG와 마찬가지로 화학비료와 농약 그 자체가 해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 조금씩 쓰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문제는 그것들의 효과가 너무나 쉽고 강력해 거기에 의존하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맛과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지는 것이다.

또다시 씩씩食識하자

1부에 이어 2부에도 어두운 이야기만 했다. 축산도 나쁘고, 농업도 나쁘단다. 게다가 유기농까지 믿을만하지 않단다. 그렇다면 환경을 위해서, 내 건강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영국에서 활발히 전개되는 운동처럼 곤충만을 먹어야 하나? 나는 그 해답이 먹거리食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識에 있다고 본다. 1부에서 이야기했듯 유기농을 하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채소의 검푸른 빛깔이 더 좋은 것으로 알고 찾기 때문에 비료를 더 주는 경우도 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직면을 하고, 제대로 알아야만 제대로 된 것을 요구할 수가 있다. 점진적이나마 개선이 되길 바라면서. ? 씩씩하자 2부에서는 채소나 농업 역시 축산만큼 환경과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뤄보았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가공식품에 대한 논란과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씩씩(食識)하자 – 채식/농업편”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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