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술가의 경쾌한 성장기 Tom Wesselmann 展

톰 웨슬만 전시회 (Tom Wesselmann Exhibition in Korea)


2010. 12. 29.


@brokerlee님의 멘션을 통해(요즘 정보의 출처는 대부분이 트위터) 톰 웨슬만의 전시회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링크를 통해 들어가보았더니, 눈에 익은 작품이 있다. 오래전, 안암동 골목을 거닐다 우연히 간 갤러리에서 본 작품과 흡사.?예전 블로그를 뒤져보니 그 때가 2006년 10월. 4년도 더 된 기억이 한 순간에 떠올랐으니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이 글을 혹시! 만에하나! 볼 누군가도 짐작 가능할 터.

그 때 그 작품


전시회 종료가 임박한 터라 서둘러 가기로 마음먹었으나…..

2년만에 건강체질 멧돼지를 덮친 감기. 금방 낫겠지 했는데 정말 지독했다. 처음엔 편도선/몸살로 시작, 그게 낫더니 목감기, 그게 낫는가 싶더니 기침폭풍ㅠㅠ 결국 전시회 마지막날(29일)이 되어서야 기침 하느라 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 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서울로 향했다.

미국 팝아트에 있어서 (한국에서) 대중적인 스타는 단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헤링 같은 미디어에서 떠들어주고,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작가들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재치가 돋보이는 키스 헤링이나 작품에서 장승업이 연상되는 잭슨 폴락(아…한국에서 전시회 좀..)을 좋아하지만 그 외의 미국 작가엔 무지하기도 하고, 미국식 팝아트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해서 4년 전에 작품은 똑똑히 기억함에도 그간 톰 웨슬만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그냥 내가 모르는거다ㅋ)

Tom Wesselmann_Exhibition in Korea

판타지와 누드!!!

하지만 4년 전, 비오는 날에 느꼈던 산뜻함을 여전히 기억하며 들어가니 그의 초기작인 Still Life 시리즈가 날 반긴다.

Tom Wesselmann_Still Life #3

Still Life #3_mixed media and collage on board_1962

Still Life #59_oil on canvas and painted rug_1972(사진 출처:neolook.com)

한 때 만화가를 꿈꾸었다는 톰 웨슬만(1931-2004)은 당시 미술사조인 추상표현주의 양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거부하고 누드, 정물, 풍경이라는 전통적 회화의 주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40여 년에 걸친 작품을 보면 “Still Life”, “The Great American Nude”, “Bedroom Painting”, “Sunset Nude” 시리즈 같은 전통적인 주제를, 당대 양식을 고려하면 그다지 파격적이지 않은(혹은 추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헌데 1층에 있는 초창기 작품은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렇게 미국 작가라고, 팝아트라고 티내던 작가가 아니었는데…1962년의 Still Life #3는 만화가적인 상상력도, 팝아트적인 독특함도 없이 그냥 시류에 편승한 조악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1972년 작인 Still Life #59 보면 알 수 있듯 1960년대 중반 이후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시작한 것 같다.


2층에서 세월이 갈수록 작가 특유의 색깔이 더욱 진해지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특유의 색을 요약하자면 입술/유두 페티쉬, 입체 오타쿠 정도가 되겠다.

Smoker #2 (3-D)_oil on cut-out aluminum_2000 (사진 출처 동일)

사진으론 아쉽게도 잘 드러나지 않는데, 담배연기, 손가락, 입술 모두 입체적이다.(차라리?이 곳에서 사진을 보는게 낫다.) 이 작품에서처럼, 웨슬만은 후기로 갈수록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원숙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래 두 작품도 마찬가지.

Seascape #31_oil on shaped canvas_1967

입술, 유두에 대한 페티쉬를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동일)

Bedroom Painting #58_1983

(이건 내가 찍은 거…이것도 차라리?여기서 보는게…)

비슷한 주제(누드,,,유를 위는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로, 아래는 80년대 웨슬만이 파고든 금속 컷 아웃 기법으로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아래의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그건 기법의 차이라기 보단 해가 갈수록 작가가 원숙해지고 더 세련되어져서인 것 같다.

라고….썼는데 재밌는 걸 발견!


(좌) Seascape #31_1967 (우) Bedroom Painting #63_1983

하나는 해변, 하나는 침실에서 그려졌지만 동일한 작품이 16년의 세월이 지나 또 있는 것이다.

큰 이미지

배경과 세월만 다른 동일한 작품이지만, 1983년 작품이 색, 선, 면의 이해도가 더 높고,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헌데 내 사진기에 Seascape는 찍혀 있지 않았다는 말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거나, 아님 이 때 전시되지 않았다는 건데….뭔지 모르겠다. 기사에는 실렸으니 아마 전자겠지? 설마 기사에 전시회에 없는 작품이 실렸으리라고?


Sketch Still Life with Radio, Orange and Apple_1992

이 작품 역시 마음에 들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작품은 밝고 경쾌해진다는 느낌이다. 또한 주제의 본질을 포착하는 능력도 깊어지는 것 같고.

미국 작가임을 숨길 수 없는 것은, 사과, 오렌지, 라디오 등 미국인에게 친숙하고, 상징적인 주제를 많이 썼다는 점이다. 또한 이 작품은 가만히 보면 성조기의 구도를 닮은 듯도 하다.


Jeannie’s Back Yard, East Hampton_enamel on cut-out steel_1989 (출처 : 위와 동일)

그리고 대망의….4년 전 상쾌함을 고스란히 다시 느끼게 해 준 작품. 추억 속의 그 작품이다. 그 때도 소재나 기법의 특이함보단 경쾌한 색상, 순간을 잡아내는 구도, 선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벚꽃을 연상케하는 저 분홍은 탁월!

이 작품 역시 초여름 시골집의 추억을 회상하게 하고, 평화로운 한 때에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보는 순간 감기가 다 나은듯 싶었다.


Sunset Nude with Matisse Apples on Pink Tablecloth_2003

전시회 감상을 하며 변형 캔버스에서 자기 색깔을 찾기 시작한 웨슬만은 입체를 탐구하며 해가 갈수록 면과 면, 선과 선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느꼈다. 또한 조명, 그림자, 벽면까지 작품의 일부분으로 활용, 과감한 생략을 통해 본질을 오롯이 드러내는 감각이 갈수록 세련미를 띈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마티스풍의 이 작품을 보며 웨슬만의 평생이 여기 다 들어있다고 느꼈다. 사진으로 보면 잘 못 느껴지지만, 위 작품은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Smoker 시리즈처럼 입체감이 느껴졌다. 색의 활용, 경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 작품은 작가(2004년 사망)의 마지막 시리즈이다. 안그래도 마티스풍이라 생각을 했는데, 도슨트가 재밌는 얘길해준다. 톰 웨슬만은 마티스를 좋아했으나 초창기에는 단순 모방을 할까 두려워 멀리했다가 노년에 가서야 자기만의 스타일로 변형해 표현을 했다고…거장의 거장에 대한 경배가 느껴져 한편으론 숙연했다.

개인적으로 여자몸의 흰 부분은 이상(흰 부분이 진짜 몸이라 생각하면 완벽한 몸매다)과 현실(흰 부분을 살색으로 생각하고 보면 여자 골격이 상당히 크다)의 차이를 나타냈다고 느꼈는데 그건 감상하기 나름.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며 작품의 경쾌함, 낙천적인 면과는 상관없이 톰 웨슬만 그 자신은 상당히 컴플렉스가 심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창기(60년대 초) 미국적인 작품으로 주목은 받았으나 그림 자체엔 그다지 소질이 없고 특색이 없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개발을 통해 자기색을 찾고 깊어지고, 마지막엔 자기가 동경하던 거장(마티스)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가 된게 아닐까…..라고 땅 속의 톰 아저씨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스토리를 써보았다.


ps.작품도 마음에 들었고, 친절한 도슨트도 많고, 공간 배치(작품의 연대기 순으로 1,2,3층에 배치)도 나쁘지 않아, 전시회 리뷰 전에 갤러리 소개 잠깐….하려다가 굳이 에너지 쏟을 필요는 없으니 소개?링크만.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그닥 친절한 위치는 아니지만, 카페도 있겠다 전시회 보고 쉬엄쉬엄 데이트해도 괜찮겠다 싶더라…(누구랑?onz) 라고 썼는데 @brokerlee님의 포스팅에 대박 바가지라고ㅎ


ps2. 늘 그렇듯 아쉬움이 남는 건…좀 더 빨리 가서 빨리 썼더라면 다른 사람한테 일말의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쩝


ps3. 톰 웨슬만의 더 많은 작품을 보려면…

http://www.flickriver.com/photos/tags/wesselmann/interesting/

http://www.artnet.com/artists/artisthomepage.aspx?artist_id=17744&page_tab=Artworks

“한 미술가의 경쾌한 성장기 Tom Wesselmann 展”의 2개의 생각

  1. 변형캔버스 검색하다가 포스팅을 읽게 됐네요. 전시 이후 베슬만 작품을 보라는 조언을 여기저기서 듣다가 마침 한국에서 전시도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었지만,, 놓쳤네요. 유쾌한 감상기로 대리 감상하고 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작품은 간결해지고 명쾌해지는 아름다움을 갖게되는 것 같네요.

    1. 네. 후기로 갈수록 이렇게 뚜렷하게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은 아티스트도 드물어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Simple is Best 랄까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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