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장기] 1st day in Paris

*파리에서의 여정을 하나의 포스팅으로 정리하려 했는데 너무 많아 나눔. 사실 제목도 에러(두번째 날이니까…) 그래도 에잇!

낭트에 이어…

2011. 6. 16

어제 대파 현장을 살펴본 것이 부족하게 느껴져 오전에 다시 가서 본 후 2시경,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파리에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낭트에서도 해가 쨍하게 떴다가도 갑자기 구름끼며 비가 오더니 여기서도 그런가? 어째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 온 기분. 하지만 기념품 파는 친구들의 손이며 목에 걸려있는 에펠탑을 보니 맞게 온 듯 싶다. 파리구나.

사실 난 그다지 서유럽에 대한 낭만이나 동경이 없었기에 굳이 파리여서 설레인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2006년에도 북/동유럽 위주로 여행을 했었고. (예전 블로그 공개는 위험한 일 일지도…찾아보면 반누드 사진도 있고;;;) 그래도 처음 오는 프랑스이기에, 그리고 대단한 미술작품들이 많을 것이기에 다른 곳은 포기하고 파리에서의 일정을 길게(4박5일) 잡았다. 그리고…프랑스로 넘어오기 전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고 원래 계획을 별로 세우지 않고 여행다니는 터라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그렇게 충만한 여유(하지만 첫날 쉬고, 마지막날 일찍 떠나야해서 알고보면 짧은 일정)와 안좋은 날씨를 핑계로, 저녁즈음 에펠탑 근처(도보 15분 거리)의?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는 그냥 쉬어버렸다. 그 멋지다는 에펠탑의 야경도 피로 앞에선 한 번의 샤워보다 못한 존재..(늙었다ㅠㅠ)

평범해 보이지만 신기한 열쇠

대신 잠깐 마트에 들려 구경을 하고 (장보기 그 자체보다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밌다) 숙소의 문여는걸 여러번 해보며 놀았다. 이게 생긴 건 일반 열쇠인데 여는 방식이 상당히 복잡하고 재미있다. 아직도 기억하는데,,,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려 잠그고, 왼쪽으로 두 바퀴 돌린 다음(한 번은 빨리, 한 번은 천천히) 문을 밀면서 1/3바퀴 천천히 더 돌려야 한다. 말하기도 벅찰 정도인데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때문에 자기집 문을 따고 들어가면서도 도둑처럼 보인다는 단점은 존재하지만, 도둑이 들더라도 문이 쉽게 따일 염려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이런 열쇠가 파리의 일반적인 것인가? 한국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형태인데 말야.

2011. 6. 17

루브르 Louvre

민박집에서 맛있게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파리에서의 첫 행선지인 루브르로 향했다. 역시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지하철 바퀴가 고무타이어+_+

지하철을 타고 루브르에 도착하니 아침에 여유를 너무 부린 탓인지 줄이 피라미드 주위를 한껏 감싸고 길게 늘어져 있다. 그냥 덜렁 줄서는 건 바보 같고, 일단?박물관 패스를 구입해야겠다 싶어 하품을 한껏 하고 있는 안내원에게 물었다. (패스를 가지고 있음 줄을 안서도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품하는 걸 딱 걸려 당황을 했는지 이 사람이 잘 모른다. 이리묻고 저리물어서 지하로 내려가니 뮤지엄 패스를 파는 곳이 있다.

헌데 이거 뭔가 이상하다. 조금 더 들어가 위를 바라보니 아무래도 그 피라미드다. 아니 그럼 위에선 왜 그렇게 줄을 길게 서 있는 것이여?

사진 출처 : 루브르 공식 홈페이지

알고보니 루브르에서 줄을 길게 서있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 일반적으로 지하철을 타고 올 경우 보라색으로 줄쳐 있는 Passage Richelieu를 통해 들어와 피라미드에서 (다들 줄을 서 있으니) 줄을 길~~게 선다.

하지만 녹색으로 동그라미 친 두 곳 근처에 지하로 향한 계단이 있는데 내려가 바로 보이는 쇼핑센터(아케이드)를 따라가다보면 줄을 거의 서지 않고! 루브르 티켓 판매대로 바로 갈 수 있다. (실상 줄 길게 서서 내려가봤자 티켓판매대)

아무튼! 운좋게 줄을 안서고 뮤지엄패스(2days, 35유로)를 구입하고 전시된 지도를 들고 어디부터 공략할까 계획을 짰다.

사실 내 취향은 주로 르네상스 중기 이후의 회화 쪽이라 이런 대형국립박물관은 관람하느라 다리만 왕창 아픈 걸로 인식이 되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루브르니까, 파리에 왔으니까, 아니 올 수 없었고 갖가지 유물보다는 회화 위주의 공략루트를 짰다.

그래도 그 넓은 공간을 천천히 걸어다니고 멈춰서며 비슷한 그림이나 조각을 보다보니 금세 종아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놈의 평발!!! – 참고로 아는 형 집에 놀러갔다가 형이 내 발을 보더니 진심으로 깜짝 놀라며 양말 두 개 신었냐고 묻더라…그만큼 두텁고 평평한..)

하.지.만 (기억으로) 3층의 어느 복도에서, 그동안 이자도 잊질 않고 차곡차곡 잘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무너지는 걸 경험했다.

이제 너의 흔적을 지우련다…

드가, 피사로, 모네 등 내가 좋아하는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그런데 유독 그 복도가 박물관 자체의 전시흐름과는 뭔가 동떨어진 기분이었는데 아마 누군가로부터 기부를 받은 작품의 전시실인 것 같았다.
그렇게 돌아돌아 어릴적 친구 삼아 가지고 놀았던 회화집의 표지에 있던 다빈치의 그림도 보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보며 한국의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했다
.

워낙 작품들이 많고 박물관이 넓어서 관람객이 그렇게나 많음에도 한 작품에 사람들이 심하게 몰려있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모나리자>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루고 있었다. 찬찬히 보지 못한다면 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아예 패스해버리고, 루브르를 나왔다.

세월도 나의 의지(날개)는 꺾을 수 없다. 비록 내 모가지는 내줄지라도.. :P

오랑주리 박물관 Musee de l’Orangerie

루브르를 나와 정원에서 좀 쉬다가 센느강을 따라 다음 목적지 오랑주리 박물관으로 걷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가뿐하게 걸어갈 거리인데 워낙 오래 서있다 보니(걷는 것보다 서있는 것이 더 힘듦. 그래서 국립박물관은 쥐약ㅠㅠ) 종아리와 허리가 슬쩍 아프기 시작해 그 짧은 거리도 힘이 들었다. (흑 늙었어)

파리의 조갯살 무늬 돌도로

그래도 오랜만에 맛보는 유럽의 풍경이 뇌를 잠시 마비시켜 힘든걸 잊게 해주었다. 그렇게 강변도로를 따라 걷는데 도로가 신기해서 보고 있으니 파리에 여러번 온 경험이 있는 일행분이 말씀해주신다.

대략 이런식? 높이는 더 짧으려나?

나폴레옹 시절에 길죽한 돌을 땅에다 박아 만든 도로라고. 우와~나폴레옹 시대?? 그럼 1800년대 초반 아냐? 200년이 넘은 도로라고? 그 당시에 그 넓은 땅을 전부 다지고 길죽한 돌을 박으려면 엄청나게 힘이 들었겠지만, 이렇게 오래오래 간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지자체에서 매년 남은 예산 써’버릴려고’ 멀쩡한 도로도 파뒤집는데 말야. (게다가 오늘은 이런 기사가-_-;?혈세 70억 들여 만든 광화문광장 도로, 비 온 후 해뜨니 ‘쩍쩍’)

프랑스 도처에 피어있는 라벤더

그렇게 도로에 감탄하며 15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오랑주리 박물관. 박물관 근처 콩코드 광장과 튈르리 정원에서는 누가 더 여유롭게 쉬고 있는가 경쟁이라도 하는 듯 각자가 각자의 리듬으로 시간을 보듬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들린 낭트에서도, 파리에서도 그리고 이후에 들리는 툴루즈에도 보라색 라벤더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랑주리 박물관 근처에도 오감을 청명하게 해주는 라벤더 정원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향수가 발달한 이유가 이렇게 삶 속에 라벤더 같은 꽃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도, 화장실도 귀하고 희안한 허레의식 – 가발이나 치마 – 때문에 귀족들조차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그 냄새를 가리기 위해 발달했다고 들었지만… 또한 선후관계가 향수가 발달하기 시작해서 라벤더를 곳곳에 심었을수도 있고. 하지만 뭐 아무렴 어떠리)

해는 지기 전 가장 뜨겁고 어둡게 불타오른다

어찌 이런 곳이 다 있을까? 하늘을 담은 연못인지, 연못을 품은 하늘인지 모를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다.

멍하니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연못에 씻어내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전시실을 빠져나오니 내가 좋아라하는 모딜리아니의 작품이 나를 반긴다.( 사실 오랑주리가 인상파 작품으로 유명한지 몰랐던터라 더 반가웠다. (나 진짜 그냥 털래털래 왔다;;?네이버캐스트 오랑주리..를 이제서야 봤다. 이건 오랑주리의 작품들을 잘 정리한 블로그) (참고로 오랑주리에서도 뮤지엄 패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줄을 안서도 된다고…여기선 섰더랬다-_-)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개선문 그리고…에펠탑

콩코드 광장 앞 폭주족

‘오랑주리를 온 것만으로 파리에서의 본전은 다 뽑았다. 이제부턴 보너스다.’ 란 생각을 하며 박물관을 빠져나오니 바로 보너스가 툭 튀어나왔다.

상젤리제를 따라 개선문까지 걸어가려고 나서는데…엄청난 굉음과 함께 콩코드 광장으로 오토바이가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오토바이 군단이 만들어내는 진동과 함께 광장에 있던 시민과 관광객의 심박수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뭔일이래?

한~~~참이 지나도 계속해서 모여든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대로’ 무장한 경찰들의 호위 아래서 이 모든것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全프랑스 폭주족집회’인가 싶었는데, 다들 똑같은 글이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고, 경찰이 호위를 하고 있어 무슨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오토바이 연합의 시위…가 아닐까 추측이 되었다. 당시 한국에선 불쌍한 대학생 아해들이 미친 등록금 낮춰달라했다가 끌려가고 있었고, 더 불쌍한 유성기업 아저씨들이 밤에 잠 좀 자자고 했다가 연봉7천만원이나 받은 놈들이! 라는 엉뚱한 오명을 쓰고 있었더랬다ㅠㅠ 그래서 이들의 질서잡힌 혼돈이 굉장히 부러웠다. (이후, 민박집에 돌아와 물어보니 진짜로 ‘폭주족집회’라고 한다. 경찰의 호위아래 평화로운 폭주족집회..그것도 그것대로 웃겼고 또한 부러웠던 것이, 이렇게 건전&안전한 폭주족문화가 탄생하려면 시민의 공감 혹은 묵인 그리고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 너무나 부러울따름)

오랑주리와 오토바이(음? 운이 맞다)가 주는 흥분에 발걸음도 가볍게 샹젤리제를 지나 개선문에 이르렀다…샹젤리제는 그냥 쇼핑 스트리트구먼. (이것도 몰랐다-_-;;)

그렇게 개선문에 도착하니 일정을 소화했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급 밀려온다. 게다가 시간은 벌써 7시반. 저녁 먹으려면 집으로 얼른 가야한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샤워를 하고나니 좀 살 것 같다. 하지만 일행분들은 완전히 지친 상태. 아무리 피곤해도 에펠탑의 야경은 봐야겠기에 혼자 길을 나섰다.

푸른 밤, 와인에 취한 듯 붉게 빛나는 에펠탑 아래에서 나는 로맨틱한 밤의 공기에 들뜬 여행자들에 둘러싸인 채, 오늘을 위한 어제에 감사를 그리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응원을 보냈다. 내 꿈이 이뤄지기를… Bonne nuit Paris.

“[프랑스 출장기] 1st day in Paris”의 7개의 생각

  1. 에꼴로에요. 잘 봤습니다.
    묵으셨던 민박집 열쇠는 저도 프랑스에서 한번도 보질 못했어요 .신기한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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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프랑스에 삼년째 있는데 오랑쥬리 미술관도 안가봤고, 저런 열쇠도 못 봤고, 나폴레옹이 밖아 넣은 건지도 지하철 타이어가 고무로 됐었는지도 몰랐네요. 한국 지하철은 타이어가 없죠????

    1. 고무 타이어는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열쇠는 밑에 에꼴로님도 처음 보셨다니 흔한 물건은 아닌가봐요^^; 원래 가까이 있으면 되려 잘 안가게 되는 것 같지만…오랑쥬리 강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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